조준만 기자2018-12-03

'관혼상제(冠婚喪祭).' 갓을 쓰는 성인식인 관례, 결혼식을 올리는 혼례, 장례를 치르는 상례, 제사를 지내는 제례를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예부터 이 네 가지는 인생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겼다. 어른이 되어 상투를 틀고, 시집·장가 가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이었다. 혼기가 지나 혼례가 지체되면 자녀를 둔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관례와 제례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듯 '혼례(결혼)'에 대한 생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국민의 절반 이상의 경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이 열에 일곱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을 넘어섰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통계청 '2018년 사회조사'는 결혼과 가정에 관한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비율은 56.4%,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48.1%였다. 2010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의견이 40.5%,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64.7%였다. 또한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도 2016년 24.2%에서 6.1% 늘어난 30.3%로 나타났다. ‘출산’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33.5%), 30대(36.2%), 40대(41.9%) 순으로 나타났다. 40대를 기준으로 나이가 낮을수록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봤다. '비혼 동거'에 대해서도 20대(74.4%), 30대(73.2%), 40대(60.1%) 순으로 나타나, 나이가 낮아질수록 '가능하다'고 생각한 비율이 높았다. ▲저성장 기조와 고용불안, 치솟는 집값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현재 20~30대)’는 결혼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강하다.ⓒ위클리굿뉴스 이는 경제 발전기에 태어나 경제 호황기에 사회생활을 한 '베이비붐 세대(현재 60~70대)', 금융위기 이전 비교적 경쟁이 덜했던 'X세대(현재 40~50대)'에 비해 저성장 기조와 고용불안, 치솟는 집값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현재 20~30대)’가 결혼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조사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결혼'과 '출산'은 이전 세대만큼 당연하거나 소중한 것이 아니다.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가요의 노랫말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노래한다. 아모르 파티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만 가지고 '결혼'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약해졌다고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한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근태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이솝우화의 '신포도'에 비유했다. 여우가 못 따먹은 '신포도'를 향해 안 따 먹은 것이라고 자신을 속였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결혼을 원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하지 '못하는 것'을 '안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결혼이 ‘신포도’가 된 것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그나마 속이 덜 상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젊은이들의 응답에는 결혼하기 힘든, 혹은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찬 사회에 대한 자기방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나,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개인이 결혼에 대해 어떤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80% 정도는 결국 결혼을 선택한다"며 "대한민국이 결혼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밀레니얼 세대가 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했는지에 관한 배경, 즉 사회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혼이 따먹을 수없는 ‘신포도’가 아닌 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포도'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윤인경 기자2018-12-13

내년부터 항공사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항공권 좌석이 적고,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그렇다면 현재 항공 마일리지의 실태가 어떤지, 또 외국 항공사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봤다. 외국 주요 항공사는 현금처럼 사용한다는데… 내년 1월 1일부터 적립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원래 국내 항공사는 마일리지 사용에 유효기간을 두지 않다가 지난 2008년 약관을 개정하면서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7월~12월,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해 10월~12월에 적립됐으나 미사용한 마일리지가 소멸 대상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마일리지를 쓰지도 못하게 해놓고 쓰지 않으면 소멸시킨다고?", "마일리지 항공권이 없다고 해서 돈 내고 탔더니 자리가 텅텅 비었더라", "차라리 마일리제 제도 없애고 그만큼 항공권을 할인해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항공사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12년으로, 신용카드나 통신사 포인트 등과 비교했을 때 유효기간이 가장 길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장 많다. 마일리지 사용처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등 평균 3년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두는 외국 항공사들에 비해 국내 항공사는 가장 긴 유효기간을 두고 있지만, 가전제품과 호텔, 기부 등 현금처럼 다양한 사용처에서 쓸 수 있게 한 것과는 상반된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3일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항공 마일리지 소멸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0년 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쌓인 고객 마일리지 규모는 총 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내년 소멸되는 마일리지는 약 30%인 8,0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항공사 마일리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2008년 이후 마일리지 제도 운영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다.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사용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마일리지의 양도 범위나 사용처를 늘리는 등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타인 양도나 상속을 할 수 없도록 한 약관 조항의 부당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클럽은 '적립한 마일리지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판매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망한 회원의 마일리지를 상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 보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신규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보라 기자2018-11-30

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인 한 중학생의 외로운 죽음에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학생 A군(14)이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법원에 출석할 당시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가 A군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해 학생들의 인면수심에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단순절도부터 폭행, 성범죄, 살인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가 날로 잔혹해지면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강력 범죄 날로 증가 최근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가 성인 못지않게 대담해지고 흉포해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소년법 폐지' 요구도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소년법 개정 및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청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해 8월 도입 이래 '소년법' 관련 제목의 청원 글만 6,000건에 달했다. 이중엔 국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 정부의 답변을 받은 청원 글도 여러 건이다. 현행 소년법은 크게 △범죄소년(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우범소년(만 10세 이상)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범죄소년은 소년법과 일반 형법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즉 범죄소년으로 구분되더라도 소년법에서 조사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고 범행동기와 죄질이 불량할 경우 일반 형법이 적용돼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이 최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검거된 형법상 범죄소년은 총 39만 8,917명이었다. 하루 평균 218명이 검거되는 꼴이다. 범죄 유형으로는 절도가 12만 7,7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폭력 10만 5,429명 △지능 5만 6,671명 △강간 1만 2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소년도 108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3만 8,425명으로, 하루 평균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처벌'이나 '교화'냐 소년법 폐지 논란에 대해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백점짜리 정책이나 법은 없다며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일단 연령을 하한으로 낮춰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선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14세 전후에 형성된 자아는 교화에 큰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로 다시 보내면 결국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자연범(법규에서 범죄로 규정하기 이전에 이미 성질상 도의적 규범에 위반되는 범죄)에 대한 선악 변별은 초등학생 3~4학년 이상 되면 다 안다"며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 14세는 너무 관대하게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폐지는 있을 수 없지만 개정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합리적인 판단 능력상 어른들과 같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취지"라며 "우리가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곧 어른과 같이 처벌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먼저 선도나 교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선 두 교수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 먼저 임 교수는 "실제로 아이들의 가정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이라도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 직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보살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회복지 시스템을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도 "제일 중요한 지표는 가정의 보호 기능이 현재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가정과 사회가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아이들을 방치할 권리를 내버려 두는 것, 그게 첫 번째 단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천보라 기자2018-11-30

한국사회를 위협하던 뇌관이 터졌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장애에 이어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상이 일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고를 통해 관련기관의 무대책과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IT강국 한국이 꿈꾸는 초연결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설킨 초연결성, 그 연결고리가 이제는 우리사회의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 발전할수록 위험 요소도 커져 지난 11월 24일 오전,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초연결사회'의 이면이 '초위험사회'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고였다. KT 아현지사는 전국 835곳의 D등급 시설 가운데 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통신구였다. 그러나 지하 통신구에서 시작된 불씨는 단순한 통신망을 넘어 사회 안전망(경찰, 병원, 은행 등)·생활 교통망(버스, 지하철, 카드 단말기 등)까지 마비시키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KT 아현지사 화재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세계 1위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장애가 발생했다. AWS의 한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등 한국의 대표 IT기업들이 이용하는 만큼 피해규모는 컸다. '빅스비'와 '씽큐' 등 AI 플랫폼도 작동을 일제히 멈췄다. 두 사고는 모두 단 한 번의 발생이었지만, 상당히 큰 파급을 불렀다는 특성을 보였다. 미국 과학자 존 캐스티는 '극도의' '미지'를 의미하는 알파벳 'X'를 인용해,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극도의 사건들을 'X 이벤트(X-events)'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X 이벤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사회의 복잡성 증가와 기술 의존성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즉 '인간이 시스템에서 지나치게 높은 복잡성을 추구하느라 그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사회이자, 가장 재난에 취약한 사회'라는 존 캐스티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류는 서로 밀접하고 촘촘하게 엮여 있는 초연결사회로의 발전을 거듭했다. IT강국인 한국사회 역시 12월 1일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잇고 있는 연결고리가 거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초연결성의 맹점 또한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초연결성의 맹점이 가져올 X 이벤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과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KT 화재 사고에 대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안정·안전성에 대한 사고방식은 정체돼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5G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체 간 선점을 둔 치열한 경쟁으로 안정·안전성 분야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단 서비스부터 하고 나중에 고치자는 업체들의 개념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고속통신망·초연결성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만큼 품질(자연·인적재난, 의도적인 해킹공격 등으로부터 견뎌내야 하는 것을 의미)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시대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야 한다며 먼저 정부는 업체가 철저하게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모든 사고를 원천적으로 다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원상태로 빨리 돌아가는 복원력이 따라붙어야 한다. 업체는 그런 복원과 관련된 매뉴얼을 면밀히 준비해 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2020-06-16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기본소득제도입에 대한 관심이 한층 뜨거워졌다. 불을 지핀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지난 4일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했다. 기본소득제란 재산, 소득, 연령 등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다. 특정 대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선별적 복지와 달리 누구에게나 동일한 지원을 지향한다. 더 나아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도 제시된다. 이번 정부 재난지원금을 통해 소비 진작 등 효과를 봤단 평가가 나오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공급이 아닌 수요를 보강함으로써 가계 소비는 물론 내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소비 절벽으로 수요 공급 균형이 무너져 경기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가채무 역대 최대…증세 없인 사실상 ‘불가능’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지난해 공공사회복지지출액인 232조 원과 국민 5,000명을 어림잡아 계산했을 때 1인당 매월 37만 원의기본소득을 나눠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 주장대로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를 통해 재원 확충을 한다고 가정했을 땐 국민 1인당 매월 30만원지급을 위해 약 334조 2,000억 원의 세수가 필요하다. 올해 소득세·법인세 예상 세수 147조 원에추가 예산 180조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월 30만원이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과 함께 악화된 국고 사정 등으로 이마저도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00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조 7,000억 원 적었다. 국가채무도 올해 4월 기준 746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현실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빈곤층은 증세 없이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오히려 혜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증세를 통한 방법을 택했을 때 그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 논의에 앞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수립과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기본소득을 줄지 말지에 대한 거친 논의보다는 기본소득을 위해 어떤 복지 제도를 유지하고 정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결 기자2020-06-12

코로나19확산으로 전 세계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중 긴장 관계가 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 이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중국이 보복태세를 취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신냉전’ 수준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美, "중국이 홍콩 자치권 약속 어겨"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무역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무역합의를 타결하며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책임론을 중국에 거듭 제기하며 대중국 강경조치를 쏟아냈고 이로 인해 재점화된 미중 간 갈등은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중국이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시위대의 활동을 감시ㆍ처벌하는 것이 홍콩보안법의 골자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등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보안법 강행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을 공식화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중국이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면서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중국과 홍콩 당국자들도 제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해 왔다. 미국이 이를 박탈할 경우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과 마찬가지로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홍콩이 특별지위 박탈 등의 철퇴를 맞을 경우 본토인 중국이 입을 타격도 상당하다. 中"외부 세력 개입 용납하지 않을 것"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책임론에 대해 “미국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국의 비판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성명에서 "미국은 홍콩보안법 입법을 온 힘을 다해 방해하고, 파괴하려 한다"면서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간섭해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함부로 침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도 논평을 통해 "중국 정부와 인민은 어떤 세력이라도 국가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어떤 시도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ㆍ 중 갈등 격화에 금융시장 ‘긴장’ 세계 경제1, 2위 국가의 패권 다툼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허덕이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홍콩이 경제적 충격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홍콩에서는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고, 중국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치솟고 있다. 홍콩을 무역 관문으로 삼아온 한국 수출기업들은 수출에 차질을 빚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허브의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 허브인 홍콩의 위상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권을 철회하면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국영 기업들의 가치가 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본과 기업이 대거 탈출할 경우, 홍콩은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한국 경제도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윤인경 기자2018-12-13

내년부터 항공사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항공권 좌석이 적고,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그렇다면 현재 항공 마일리지의 실태가 어떤지, 또 외국 항공사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봤다. 외국 주요 항공사는 현금처럼 사용한다는데… 내년 1월 1일부터 적립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원래 국내 항공사는 마일리지 사용에 유효기간을 두지 않다가 지난 2008년 약관을 개정하면서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7월~12월,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해 10월~12월에 적립됐으나 미사용한 마일리지가 소멸 대상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마일리지를 쓰지도 못하게 해놓고 쓰지 않으면 소멸시킨다고?", "마일리지 항공권이 없다고 해서 돈 내고 탔더니 자리가 텅텅 비었더라", "차라리 마일리제 제도 없애고 그만큼 항공권을 할인해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항공사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12년으로, 신용카드나 통신사 포인트 등과 비교했을 때 유효기간이 가장 길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장 많다. 마일리지 사용처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등 평균 3년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두는 외국 항공사들에 비해 국내 항공사는 가장 긴 유효기간을 두고 있지만, 가전제품과 호텔, 기부 등 현금처럼 다양한 사용처에서 쓸 수 있게 한 것과는 상반된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3일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항공 마일리지 소멸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0년 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쌓인 고객 마일리지 규모는 총 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내년 소멸되는 마일리지는 약 30%인 8,0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항공사 마일리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2008년 이후 마일리지 제도 운영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다.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사용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마일리지의 양도 범위나 사용처를 늘리는 등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타인 양도나 상속을 할 수 없도록 한 약관 조항의 부당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클럽은 '적립한 마일리지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판매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망한 회원의 마일리지를 상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 보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신규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준만 기자2018-12-0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지 관심이 뜨겁다. '남산에 간다', '국회에서 연설을 한다' 등 이런 저런 설이 넘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도착해 문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연내에 볼 수 있을까? 北 최고 지도자의 서울 방문 이번엔 이뤄질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손을 흔든다. 또 남산에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 문 대통령과 함께 한라산에 오른다. 올해가 가기 전 우리가 서울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장면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여러 차례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총 3명의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한반도 해빙의 시기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한국 방문이 추진되곤 했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만일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국제사회에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김 위원장 답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초강경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한 약속을 이행할 기회를 주려 한다"며 "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 본인이 9월 약속했던 답방을 하지 않는다면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라는 주장을 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미 답방을 놓고 실제적인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답방 분위기 솔솔, 넘야 할 과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김 위원장의 경호·의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2일 있었던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이 경호라든지 안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의 신변안전 문제에 있어서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 왔다. 기차로 이동할 때 대형 위장막을 설치하고 동선은 철저히 기밀에 부쳐왔다.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에서 시위를 벌인다면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측근들의 만류에도 한국 방문을 결심했다고 전해지는 데다, 지난 6월 북한을 벗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공개적으로 싱가포르로 향한 사례에서 보듯 경호·의전 문제에 있어서 유연할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최고지도자의 격에 맞는 이벤트 마련도 고민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을 위해 카퍼레이드와 평양에서 가장 큰 능라도5·1경기장 연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 대통령도 이에 준하는 이벤트를 마련해야 두 정상 간 격이 맞는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을 추진하는 방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김 위원장이 현충원에 헌화하고 천안함 유족들과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성사될지 미지수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시 수십만 환영 인파의 환대를 받았다고 우리도 인위적 환영 분위기를 만들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백두칭송위원회의 '김정은 만세' 소리와 함께 세습통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함께 울려나오는 자유민주주의 혼성 4부 합창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답방 선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만일 답방이 이뤄진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비핵화 조치를 들고 와야 한다. 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으로부터 관계 정상화나 제재 해제 등 상응 조치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들을 경우 비핵화 관련 메시지를 들고 한국에 온 뒤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리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쪽 동포들을 위해 무엇을 주면 좋을까?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답방이 이뤄진다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를 넘는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면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둘러싼 남북의 고민이 엇갈리는 가운데, 연내 답방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인경 기자2018-12-06

1997년외환위기사태를생생하게다룬화제작영화 <국가부도의날>이개봉9일만에200만관객을돌파했다. 21년전한국현대사에서잊을수없는가장큰위기상황을소재로한영화는, 당시IMF 사태를몸소겪었던관객들의뜨거운호평을받으며흥행돌풍을이어가고있다. 초유의국가부도사태, 한국경제의운명걸린일주일 1997년은국민소득1만달러돌파와OECD 가입으로대한민국도드디어선진국대열에들어섰다는축제분위기에젖어있던때였다. 영화 <국가부도의날>은당시급속한경제발전을이루며대한민국역사상최고의경제호황을믿어의심치않았던모습을비추다가, 불현듯한문구에정지한다. "모든투자자들은한국을떠나라. 지금당장" 1997년11월초, 미국월스트리트의한증권맨은모건스탠리한국지사에긴급송신메일을보낸다. 국내100대기업들이줄줄이도산하고실업률과자살률이치솟으면서셀수없이많은사람들의삶을송두리째앗아간IMF 일주일전, 영화는그긴박했던시간을생생하게그려낸다. 영화는국가부도라는절체절명의위기가닥친가운데 위기를막으려는사람과위기에배팅하는사람, 그소용돌이속에서가정과회사를지키려는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를그리며, '위기는반복되며, 지금도충분히벌어질수있다'는메시지를던진다. 관객들은'그시대를겪어왔던세대로서너무공감됐다' '대한민국의트라우마인그날의기억이생생히떠오른다' '꼭봐야할영화' '우리아버지, 어머니가생각나씁쓸했다' 등호평을쏟아냈다. 하지만역사적사실을배경으로했다는영화치고는잘못된정보로관객을호도한다는비판도적지않다. 영화에서정부관료들은무능력한데다가재벌과결탁하며, 기업들은 서민들의고름을짜내는악의세력으로그려지는이분법적선악구도가지나치다는것. 실제로영화에서당시재정경제원(현기획재정부) 관료들이한국은행의반대를무릅쓰고IMF 구제금융행을강행하는장면은사실과정반대다. 오히려IMF행을서둘러야한다고했던건한국은행의주장이었다. IMF 직후언론인터뷰에서당시김석동재경원외화자금과장은"끝까지IMF 구제금융을신청해서는안된다고주장했다"고밝혔다. 이외에도전문가들은영화에서△정부가모라토리엄선언등다른대안이있었음에도IMF를선언했다거나△숱한외환위기경고에도재경원이이를묵살·방치했다는등의내용은사실이아니라고지적했다. 그럼에도영화 <국가부도의날>은21년전무슨일이있었는지를다시금생생하게일깨우며, 많은이들의공감을사고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 영화라는특성상허구로꾸며낸이야기들도있지만, 우리역사에다시는이런일이반복돼서는안된다는경각심을준다는측면에서좋은평가를받고있다.

조준만 기자2018-12-03

'관혼상제(冠婚喪祭).' 갓을 쓰는 성인식인 관례, 결혼식을 올리는 혼례, 장례를 치르는 상례, 제사를 지내는 제례를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예부터 이 네 가지는 인생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겼다. 어른이 되어 상투를 틀고, 시집·장가 가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이었다. 혼기가 지나 혼례가 지체되면 자녀를 둔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관례와 제례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듯 '혼례(결혼)'에 대한 생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국민의 절반 이상의 경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이 열에 일곱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을 넘어섰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통계청 '2018년 사회조사'는 결혼과 가정에 관한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비율은 56.4%,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48.1%였다. 2010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의견이 40.5%,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64.7%였다. 또한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도 2016년 24.2%에서 6.1% 늘어난 30.3%로 나타났다. ‘출산’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33.5%), 30대(36.2%), 40대(41.9%) 순으로 나타났다. 40대를 기준으로 나이가 낮을수록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봤다. '비혼 동거'에 대해서도 20대(74.4%), 30대(73.2%), 40대(60.1%) 순으로 나타나, 나이가 낮아질수록 '가능하다'고 생각한 비율이 높았다. ▲저성장 기조와 고용불안, 치솟는 집값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현재 20~30대)’는 결혼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강하다.ⓒ위클리굿뉴스 이는 경제 발전기에 태어나 경제 호황기에 사회생활을 한 '베이비붐 세대(현재 60~70대)', 금융위기 이전 비교적 경쟁이 덜했던 'X세대(현재 40~50대)'에 비해 저성장 기조와 고용불안, 치솟는 집값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현재 20~30대)’가 결혼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조사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결혼'과 '출산'은 이전 세대만큼 당연하거나 소중한 것이 아니다.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가요의 노랫말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노래한다. 아모르 파티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만 가지고 '결혼'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약해졌다고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한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근태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이솝우화의 '신포도'에 비유했다. 여우가 못 따먹은 '신포도'를 향해 안 따 먹은 것이라고 자신을 속였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결혼을 원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하지 '못하는 것'을 '안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결혼이 ‘신포도’가 된 것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그나마 속이 덜 상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젊은이들의 응답에는 결혼하기 힘든, 혹은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찬 사회에 대한 자기방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나,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개인이 결혼에 대해 어떤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80% 정도는 결국 결혼을 선택한다"며 "대한민국이 결혼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밀레니얼 세대가 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했는지에 관한 배경, 즉 사회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혼이 따먹을 수없는 ‘신포도’가 아닌 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포도'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천보라 기자2018-11-30

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인 한 중학생의 외로운 죽음에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학생 A군(14)이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법원에 출석할 당시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가 A군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해 학생들의 인면수심에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단순절도부터 폭행, 성범죄, 살인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가 날로 잔혹해지면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강력 범죄 날로 증가 최근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가 성인 못지않게 대담해지고 흉포해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소년법 폐지' 요구도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소년법 개정 및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청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해 8월 도입 이래 '소년법' 관련 제목의 청원 글만 6,000건에 달했다. 이중엔 국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 정부의 답변을 받은 청원 글도 여러 건이다. 현행 소년법은 크게 △범죄소년(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우범소년(만 10세 이상)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범죄소년은 소년법과 일반 형법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즉 범죄소년으로 구분되더라도 소년법에서 조사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고 범행동기와 죄질이 불량할 경우 일반 형법이 적용돼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이 최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검거된 형법상 범죄소년은 총 39만 8,917명이었다. 하루 평균 218명이 검거되는 꼴이다. 범죄 유형으로는 절도가 12만 7,7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폭력 10만 5,429명 △지능 5만 6,671명 △강간 1만 2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소년도 108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3만 8,425명으로, 하루 평균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처벌'이나 '교화'냐 소년법 폐지 논란에 대해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백점짜리 정책이나 법은 없다며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일단 연령을 하한으로 낮춰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선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14세 전후에 형성된 자아는 교화에 큰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로 다시 보내면 결국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자연범(법규에서 범죄로 규정하기 이전에 이미 성질상 도의적 규범에 위반되는 범죄)에 대한 선악 변별은 초등학생 3~4학년 이상 되면 다 안다"며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 14세는 너무 관대하게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폐지는 있을 수 없지만 개정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합리적인 판단 능력상 어른들과 같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취지"라며 "우리가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곧 어른과 같이 처벌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먼저 선도나 교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선 두 교수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 먼저 임 교수는 "실제로 아이들의 가정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이라도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 직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보살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회복지 시스템을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도 "제일 중요한 지표는 가정의 보호 기능이 현재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가정과 사회가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아이들을 방치할 권리를 내버려 두는 것, 그게 첫 번째 단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천보라 기자2018-11-30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한국 경제가 갈수록 하강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산업 중 일자리 규모가 가장 큰 민간 3대 업종(제조업·도소매업·숙박음식업)과 단순노무 일자리가 1년 새 큰 폭으로 감소해 서민들의 경제 고통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이른바 민간 '빅3' 업종의 평균 취업자 수는 1,048만 2,8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취업자 수(1,064만 6,500명)와 비교했을 때 16만 3,700명(-1.5%)이 감소한 수치다. 민간 빅3 업종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대표 산업으로, 전체 취업자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2만 4,100명(2015) △2만 4,700명(2016) △1만 9,400명(2017) 등 해마다 증가폭이 둔화된 데 이어, 지난 2013년 산업별 취업자 집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가 감소했다. 단순노무 종사자 수도 지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단순노무직은 통계 분류상 현장 근로나 주유, 음식배달 등 보조업무 성격의 일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집계된 단순노무 종사자는 356만 1,000명으로, 전년대비 9만 3,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공공 부문 취업자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치)을 보면 공공행정 및 국방 부문은 지난해 동기간보다 3.7% 성장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 4분기(4.0%)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고용동향에서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공공 부문 취업자는 전년 동기간보다 8만 8,750명 증가했다. 이와 관련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경기 악화'와 '기업 간 양극화 심화'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 교수는 "대기업은 이익을 벌면서 고임금을 주고,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이익을 벌지 못하면서 저임금을 준다"며 "이런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까지 펴니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해고하거나 폐업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서민들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현재 예산을 대대적으로 편성하는 공공 부문은 앞으로도 국민 세금이 계속 투입되는 일자리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일찍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산업을 일으키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규제 완화 등 기업이 창업과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언했다.

윤인경 기자2018-11-30

미세먼지와 황사가 연일 계속되면서 좀처럼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워졌다. '봄의 불청객'으로 불리던 미세먼지가 최근에는 가을, 겨울까지 일년 내내 기승을 부린다. 그 동안 전형적인 한국의 겨울 날씨가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다면, 미세먼지가 수시로 찾아오는 요즘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체내 일주일 이상 머무는 미세먼지, 각종 장기에 '침투'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겨울 서울에서 초미세먼지가 '좋음' 수준이었던 날은 평균 기온이 영하 6.9도인 반면 '나쁨'인 날은 영상 1.3도였다. 추우면 추운 대로 걱정, 날이 좀 포근해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걱정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겨울철 북쪽에서 내려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발달로 찬 바람이 세게 불면 미세먼지가 밀려갔다가, 바람이 약해지면 한반도 상공에 정체돼 나타난다. 여기에 서풍이 불면 국내 미세먼지는 물론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쌓이면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게 된다. 우리가 들이마신 미세먼지는 몸 속에 얼마 동안 머물게 될까. 최근 첨단방사선연구소 생병공학연구부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체내 미세먼지의 움직임과 분포를 연구한 결과, 일단 흡입한 미세먼지를 다 배출하기까지 최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실험용 쥐의 기도와 식도로 각각 투입하자, 식도로 유입된 미세먼지는 이틀 만에 몸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반면 코를 통해 흡입된 미세먼지는 이틀 뒤에도 60% 가량이 폐에 남아 있었고, 배출까지는 7일이 걸렸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소량의 미세먼지가 간과 신장 등 일부 장기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먼지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숨을 내쉬어도 빠져나가지 않고,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혈관을 타고 신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장기와 뇌에 들러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를 자극해 뇌졸중, 고혈압,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하늘이 뿌연 회색빛을 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초미세먼지, 모든 종류의 암 사망 확률 17% 높여 명지병원 김홍배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용제 교수팀은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모든 종류의 암 사망 확률을 최고 17%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잡지 11월호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이산화질소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암 사망률이 각각 17%, 9%, 6%씩 상승했다. 다양한 미세먼지 종류와 크기에 따라 체내에서 이동하는 현상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종호 선임연구원은 "쥐 실험을 통해 나타난 미세먼지의 이동 흐름이 사람에게도 유사하게 발생할 것이란 유추가 가능하다"며 "향후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다양한 질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겨울은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몰려올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자,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줄이는 등 환경오염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정체에 중국발 스모그까지 더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추위 뿐 아니라 미세먼지 역시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경제적인 이유로 나쁜 공기를 그대로 마실 수 밖에 없는 것. 주로 공장 주변에 살거나, 근로여건이 좋지 않은 야외 노동자,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저소득층인 경우 일회용인 마스크를 살 비용조차 부담스럽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이제 방사능이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이제는 미세먼지 문제를 대기오염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천보라 기자2018-11-30

한국사회를 위협하던 뇌관이 터졌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장애에 이어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상이 일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고를 통해 관련기관의 무대책과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IT강국 한국이 꿈꾸는 초연결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설킨 초연결성, 그 연결고리가 이제는 우리사회의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 발전할수록 위험 요소도 커져 지난 11월 24일 오전,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초연결사회'의 이면이 '초위험사회'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고였다. KT 아현지사는 전국 835곳의 D등급 시설 가운데 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통신구였다. 그러나 지하 통신구에서 시작된 불씨는 단순한 통신망을 넘어 사회 안전망(경찰, 병원, 은행 등)·생활 교통망(버스, 지하철, 카드 단말기 등)까지 마비시키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KT 아현지사 화재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세계 1위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장애가 발생했다. AWS의 한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등 한국의 대표 IT기업들이 이용하는 만큼 피해규모는 컸다. '빅스비'와 '씽큐' 등 AI 플랫폼도 작동을 일제히 멈췄다. 두 사고는 모두 단 한 번의 발생이었지만, 상당히 큰 파급을 불렀다는 특성을 보였다. 미국 과학자 존 캐스티는 '극도의' '미지'를 의미하는 알파벳 'X'를 인용해,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극도의 사건들을 'X 이벤트(X-events)'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X 이벤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사회의 복잡성 증가와 기술 의존성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즉 '인간이 시스템에서 지나치게 높은 복잡성을 추구하느라 그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사회이자, 가장 재난에 취약한 사회'라는 존 캐스티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류는 서로 밀접하고 촘촘하게 엮여 있는 초연결사회로의 발전을 거듭했다. IT강국인 한국사회 역시 12월 1일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잇고 있는 연결고리가 거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초연결성의 맹점 또한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초연결성의 맹점이 가져올 X 이벤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과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KT 화재 사고에 대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안정·안전성에 대한 사고방식은 정체돼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5G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체 간 선점을 둔 치열한 경쟁으로 안정·안전성 분야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단 서비스부터 하고 나중에 고치자는 업체들의 개념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고속통신망·초연결성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만큼 품질(자연·인적재난, 의도적인 해킹공격 등으로부터 견뎌내야 하는 것을 의미)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시대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야 한다며 먼저 정부는 업체가 철저하게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모든 사고를 원천적으로 다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원상태로 빨리 돌아가는 복원력이 따라붙어야 한다. 업체는 그런 복원과 관련된 매뉴얼을 면밀히 준비해 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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