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르면 ‘틀리다’, ‘옳지 않다’고 규정해 혐오와 차별의 프레임을 덧씌우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지역과 인종차별·낙인·혐오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돼버렸다. 그야말로 혐오가 만연한 사회다. 이에 본지는 혐오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각종 혐오가 확산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특정 인종과 성별, 연령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무차별적인 남녀 성(性) 갈등에 대한 대립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특정 인종과 성별, 연령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무차별적인 남녀 성(性) 갈등에 대한 대립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남녀 성(性)대립이 뚜렷해지면서 폭언을 넘은 폭행으로까지 이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상에서는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같은 해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다룬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출간, 2018년 이수역 남녀 간 폭행 사건이 남녀 성 갈등을 한 번 더 부추겼다. 지난달 서울역에서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남성은 모르는 여성을 이유 없이 얼굴을 때려 피해자가 광대뼈 골절에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상에는 한남충(한국 남자+蟲, 한국 남자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 김치녀(여자들의 허영을 조롱하는 단어), 맘충(Mom+蟲, 엄마를 벌레로 비하한 표현)등 온라인 기사 댓글 각종 커뮤니티에서 남자나 여자를 혐오하는 표현들이 사실상 욕설에 가까운 의미를 담은 채 사용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발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82%가 한국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2~2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차별이 심각한 분야로 남녀 성 차별이 40.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한국양성평등진흥교육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온라인 커뮤니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김치녀’, ‘맘충’ 등 혐오와 비난 유형이 101건(66%)로 가장 많았고 폭력·성적 대상화가 52건(34%)으로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남녀 성 갈등’ 인식…해결의 시작

우리 사회에 남녀 성 갈등은 차별을 넘어서 혐오에 폭력으로까지 변질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대학교 기독교학과 백소영 교수는 “여전히 가정과 학교, 사회의 결정권을 가진 권력 집단(남자 중년층)이 가진 가부장적 인식의 영향과 이것이 여성들에게는 불만의 요소가 되고, 남성의 경우에는 기득권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노치준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별하는 민감성이 커진 것, △디지털 시대의 조직화로 악성 댓글과 무례한 표현방식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남녀 간 증오와 혐오는 개별 사안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쌓인 피해의식, 공포가 조금의 자극이 있으면 바로 튀어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성이 차별받는 가부장적 문화, 사회 변화, 효과적이지 못한 청소년 교육, 어려운 경제 사정, 취업난 등 여러 요인이 축적돼 서로가 서로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오프라인상의 혐오 발언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며 감정을 격화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고 우려한다. 혐오가 더 큰 혐오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남녀 성 갈등’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녀 간 다툼을 무턱대고 성 대결로 몰아가서도 안 되며, 성 평등 의식이 자리 잡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대학교 기독교학과 백소영 교수는 남녀 간 성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법으로 ‘공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혐오’의 가장 큰 원인은 ‘생존’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된다”며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곧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어 “나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 곳에서는 사람들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공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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