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인 한 남자가 있다. 병실 안의 환자도 중요하지만, 그에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 문제들이 더 눈에 밟혔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를 기업의 형식으로 풀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동감한 미국 명문대 출신의 한 청년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대열에 합류했다. 기업의 방식으로 소셜임팩트(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닥터노아의 박근우, 계요한 대표를 만났다.
 
  ▲'대나무 칫솔'로 널리 알려진 닥터노아의 박근우, 존 대표(왼쪽부터). (사진제공=닥터노아)
 
세상엔 노아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노아는 방주를 만드는 데 100년 이상의 시간을 쏟았다. 주변에서 온갖 멸시를 받으면서도 하늘의 약속을 굳게 믿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 그는 결국 세상을 구하는 도구가 됐다. 바쁜 삶을 살며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성경 속 노아란 인물은 정신 나간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박근우 대표는 미래를 준비하는 노아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닥터노아의 시작이 그랬다. 확실한 신념을 갖고 무언가에 미쳐 미래를 꿈꾸는 이 시대 노아를 찾고 지원하는 투자회사로 출발했다.
 
현재 닥터노아는 ‘자연과 사람에 책임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든다’는 미션으로 ‘대나무 칫솔’을 제조하는 회사다. 생산하는 칫솔만큼 플라스틱을 대체해 그만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10~20년 뒤 플라스틱 칫솔을 더는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대나무를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대나무는 주로 아열대계절풍기후를 중심으로 풍부하게 존재하는 자원인데 저소득국가 빈곤층이 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나무 원자재의 부가가치를 높여 대나무 산지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대나무 칫솔을 고안하게 됐다.
 
최근 닥터노아의 공동대표로 정식 합류한 계요한(이하 John) 대표는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의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말했다.
 
  ▲닥터노아는 대나무 칫솔과 치약의 생산·판매를 통해 대나무 농부와 지역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플라스틱 칫솔을 대체해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서로를 괴짜라고 부르는 두 공동대표
 
“박 대표님 처음 봤을 때, 정말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업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자는데, 뭐 하는 분이냐고 물어봤더니 칫솔을 만든대요.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존 대표는 하버드 나와서 월스트리트 안 가고 우간다 촌구석으로 갔어요. 말라리아 4번 걸렸대요. 제가 의사잖아요. 얘기 들어보면 한 번은 죽을 뻔했어요. 미친 거죠. 괴짜예요.”
 
서로를 더 별나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둘 다 이해 안 가는 선택을 해왔다. 박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선망의 직업 중 하나인 ‘의사’보다 ‘대나무 칫솔’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John 대표는 하버드란 명문대 간판을 내려놓고 불현듯 우간다로 떠나 정수사업을 펼쳤다. 남들이 말하는 소위 ‘꽃길’보다 ‘고생길’을 택했다.
 
박 대표는 “현재 어려운 문제를 푸는 중이며 변화될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숱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왔지만 해마다 4천 미터가 넘는 산에 오를 정도로 도전적인 사람이다. 그는 수동적인 삶보다는 스스로 답을 구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국제구호 활동을 하던 중 진정한 예수님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약자를 지나치지 않고 섬겼던 예수의 삶을 닮아가는 것이 삶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대나무 산지에 관한 글을 보았고 그 지역 사람들의 자생을 돕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나무로 만든 고부가가치의 상품 개발, 지금의 대나무 칫솔이 되었다.

존 대표의 경우, 도전적이고 우직한 성격인 목사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예수를 만나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던 그의 아버지. 이후 춘천과 서울 등 여러 곳에 개척교회를 세웠다. 미국에서 선교사가 많이 나오는 시절이 있었는데 세속화된 미국으로 건너가 교회를 세우겠다며 불현듯 온 가족이 이민을 하게 됐다. 존 대표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이다.
 
도전에는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부모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그는 “우리 집에서는 성공의 정의가 돈이나 명예, 권력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성공은 무조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하고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다.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집안의 가풍이었다”고 말했다.
 
  ▲‘자연과 사람에 책임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든다’는 미션 달성을 위해서, 박근우 대표는 앞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존 대표에게 이임할 계획이다. 모세의 팔을 받쳤던 아론처럼 존 대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닥터노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닥터노아
 
맨땅에 헤딩해가며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온 박 대표는 서서히 대표직을 내려놓고 존을 새 리더로 내세울 계획이다. 그 옛날 모세를 도왔던 아론의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것. 박 대표는 “이 친구를 리더로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미션을 더 확실하게 성취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존 대표는 과감하면서도 터무니없는 제안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수긍한 상태다. 닥터노아에 합류하게 된 이유도 박 대표가 자기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었고 근거 없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컨설턴트로 6개월, 정식 대표로 합류한 지는 2달여, 존 대표는 짧은 시간 동안 닥터노아의 많은 것을 바꿨다. 단순한 제조 과정부터 회사 전반적인 부분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 빠르게 회사 내실을 다져가며 미국 진출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닥터노아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목표였던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담금질 중이다. 존 대표는 3가지 큰 목표와 5가지 구체적 운영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미션과 비전이란 큰 방향을 잡았지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각각 구체적 목표를 가져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개인과 팀, 회사 전체가 성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역량을 평가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성장에 몰입하는, 모든 면에서 성장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
 
‘1% For the Planet’이라는 단체에 가입한 닥터노아는 환경단체를 위해 수익금의 1%를 기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후원과 기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부한 액수도 매달 공개하고 있다.
 
몇 개의 칫솔을 팔았고 그 개수만큼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공유하고 있다.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냈는지 구체적인 지표를 지속해서 게시할 예정이다. 사람과 자연에 책임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윤리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첫걸음이다.
 
박 대표는 “세상에서 칫솔 가장 많이 파는 회사보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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