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
일본의 아베 총리가 G7(세계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G7 개최국인 미국이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면서 한국을 초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초대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G7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둘은 “G7 형태는 시대에 뒤떨어져 (1973년 출범)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를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코로나19 책임문제, 무역전쟁, 홍콩보안법 등 논의에서 중국을 견제할 친 서방그룹의 확장에 있다. 그럼에도 주최국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의 ‘푸들’이라 불렸던 아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이어서 힘이 빠졌다 보는 걸까. 아니면 본디 ‘일본 스타일’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난감하게 됐다. 아베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베가 사면초가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는 일까지 생겼다. 일본인 68%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2018년까지는 비교적 순항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도 밀월시절이었다. 2018년부터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국과 한반도, 북한 핵 문제에 집중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렸다. 지난해 일본 참의원 선거는 반한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 보수 세력의 이탈을 막으며 선방했다. 여기까지다.
 
지난해 7월, 아베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악재가 겹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아베의 야심작 2020‘도쿄올림픽이 무산됐다. 코로나 방역도 실패했다. 경제도 최악의 상황이다.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20% 이상 급락할 전망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다. 궁지에 몰렸다. 정치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베는 10월 쯤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하려 한다. 한국을 선거용 제물로 삼으려는가?   
 
국제경제를 논할 때 종종 ‘일본화(Japanification)’라는 용어를 쓴다. 그 뜻은 일본경제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 20년 이상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용어가 되었다. 현재도 그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0년 동안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엔저를 통한 수출 지원, 채권과 주식 등 외상을 치료하는 데 몰두했다. 경제정책은 경직되어 있고, 구조조정은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일본에 활력을 일으키려던 올림픽이 무산되면서 출구를 잃었다.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도 일본의 타격이 더 크다.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토요타와 닛산은 영업이익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닛산은 16년 만에 철수한다. 1위 일본 맥주는 완전히 한국시장을 잃었다. 정치 실패를 경제로 가리려다 일어난 대 참사다. ‘일본화’가 이제 ‘일본의 실패’로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 할 만큼 괜찮은가? 그렇지만은 않다. 일본이 한국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는 수입이 더 늘었다. 규제 당시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44%, 포토레지스트는 92%였다. 1년이 지난 현재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플루오린폴로아미드는 7.4% 늘었다. 불화수소만 12.3%로 낮아졌다. 물론 기초 소재 산업을 일으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언제, 어떻게 장애물을 놓을지 알 수 없다. 
 
한국의 G7 초청 결과를 주목한다. 이번은 한국이 미국의 초청을 받은 입장이라 큰 부담이 없다. 중국은 트럼프의 결정을 반대한 아베에 고마워할 것이다. 트럼프의 대응이 궁금하다. 미국 전국가안전보좌관 볼턴 회고록에도 아베가 북미관계 개선, 남북관계 진전을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 유익한 것은 모두 반대다. 일본을 앞서는 길밖에 없다.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경제성장 전략을 보완할 기회다. 급선무는 규제완화다. 노동개혁, 기업구조조정,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지금이 적기다. 사양산업과 경쟁력 없는 부실기업을 재정비해야 한다. 코로나가 상황을 만들어 주고, 아베가 신발 끈을 고쳐 매라고 독려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행운이다. 분발하자. 한국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이 발목을 잡더라도 한국은 손목을 잡아 줄 수 있는 그때가 다가왔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좀 더 품격 있고 어른스러워져야 한다. 땡큐,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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