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G7 한국 참여 반대 등 강경 태도 유지
韓, WTO 제소 재개 및 소·부·장 2.0전략 발표
양국경제 동반 타격 한 목소리...출구 모색해야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행한 이후 한국과 일본은 무역갈등을 지속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으로 가는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일 양국 입장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확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이 포함되는 데 반대했다. 이튿날 29일에는 한국산 탄산칼륨의 덤핑 판매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G7 확대회의 한국 참가 반대는 G7에서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외교적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의장국인 미국이 제안한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되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일 역사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막으려는 시도로 풀이되기도 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지난달 재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일본이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을 모두 정비하고 일본에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일본이 답변 시한까지 수출규제 해제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국내 정치권은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을 넘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염두에 둔 ‘소재·부품·장비 산업 2.0 전략’을 마련했다. 첨단산업 글로벌 허브 도약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취지다.

2.0 전략에는 지난해 8월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으로 지정했던 100대 핵심 품목을 338개로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국내 제조업 공급망을 더 튼튼히 하고, 해외진출 기업 복귀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전문가들은 한일 간 경제문제 해결이 언제 이루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양국이 교역급감, 기업실적 악화 등 동반 타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에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낙관론을 펼치는 건 섣부르단 의견이 나온다.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액(感光液)인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같은 소재 개발은 진전되지 않아 규제 후 일본산 수입이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한국의 소재와 부품, 장비 경쟁력이 다소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일본의 90%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1년 동안 우리 소부장 경쟁력은 다소 상승했으나 단기간에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꾸준히 노력하면서 한일 양국이 수출규제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도 이러한 갈등이 일본에 득이 될 게 없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3대 은행인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 산하 일본종합연구소는 최근 ‘탈일본화를 조심하라’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수입처 다각화와 국산화 등 탈일본화가 확대돼 일본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이 전년 대비 20% 수준 그치고 있다”며 “일본기업 타격은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도 수출규제는 승자가 없는 체면싸움이란 입장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한국이 국산화와 해외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산업 기술이 향상되면 일본 소재 산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한국도 연구 개발 과정에서 비용 상승 등 어려움을 겪었고 국산화에 성공한 재료가 제한된 수준에 머무는 등 수출 규제는 한일 양국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경제가 어렵고, 한국과 일본도 교역량 급감 등 경제적 동반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가운데, 협력을 통한 한일 간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일 소·부·장 산업은 분업체제로 2018년 약 811억 달러 규모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전체 제조업으로 확대하면 이는 1,233억달러(136조원)에 이른다”며 “양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GVC) 붕괴는 그만큼의 손실을 의미하며, 한일 소·부·장 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긴밀한 협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아시아 정치 전문가 대니얼 슈나이더 교수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전략적 오류’였다고 평가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일본은 한국 기업에 영향을 줌으로써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일본도 전술적 오류였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무진 수준에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합의하기 위해서는 최고위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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