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편지] 주안에서 문안드립니다. 필리핀은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서, 매일 1,000명 넘게 나오고 있습니다. 확진자는 점점 늘어나는데, 정부는 봉쇄 단계의 수위를 점점 낮추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 상황 때문입니다. 대중교통도 정원의 50%까지 허용하기 시작해서, 운행을 재개했고, 일반 상점들이나 음식점도 포장은 가능하게 해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필리핀 남윤정 선교사의 사역 현장 ⓒ데일리굿뉴스

학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온라인 수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멈춰 놓은 것 같습니다. 각 가정의 경제력도 멈춰져,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신앙까지도 멈추어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 계속

매주일 예배하고 있습니다. 정규 예배보다 조금 단순한 순서의 예배를 드렸는데, 정규 예배 순서로 바꿔서 드리고 있습니다. 약 10여명 참석하더니, 정규 예배 순서로 바뀐 주일부터 약 30명 정도 출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주일학교는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배당은 거리두기를 하고 앉으니 최대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데, 딱 그 정도의 인원만 예배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인원수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 예배하러 나오는 교인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면 눈물이 자연스레 나옵니다. 인원은 적어졌지만, 그 믿음은 더욱더 견고해 졌으리라 믿습니다.

교인들에게 경제적 도움 계속

매주일 예배 마치고 교회 리더들과 대화 중에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사정을 듣습니다. 특별히 현지 사역자가 없으니 교회 리더들이 큰 역할들을 합니다. 어느 성도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그 사정들이 참으로 딱합니다. 그래서 매주 작게 또는 크게 경제적 도움을 줄 방도를 고민하게 됩니다.

2주 전에는 어느 과부 성도를 돕기 위해 그 성도가 파는 음식을 주문해서성도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지난 주는 그 주일 헌금 모두를 쌀 구입비로 사용했습니다. 비록 1kg씩이지만, 하루라도 온가족 밥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도들의 삶을 알게 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이런 시국에는 더 공감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여건이 맞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신앙이 훼손 안 되는 범위 안에서 지원인 것입니다.

어머니 팔순

제 어머니가 팔순을 맞이하셨습니다. 팔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려고 계획했었으나, 코로나로 선교 현지가 어려움에 빠져서 어머니의 팔순에 참석 못할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저는 장남으로서 참으로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도 사역자의 가족 또한 헌신자라고 생각하며 어머니께 참석 못 할 것을 말씀드렸고,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정부가 방역 단계를 낮추었습니다. 예상 밖이었고, 사람들은 원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팔순 참석을 다시 고민했습니다. 선교 현지가 어려우면 못 나가겠지만, 이제 안정을 찾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아서 결심했습니다.

저는 현지에 남아 주일 예배를 인도하며 교회를 지키고, 맏며느리인 제 사모를 한국에 보내기로 했고 아이들도 엄마 따라 보내기도 했습니다. 주일 예배를 지키느냐고 2달을 가족과 떨어져 살았는데, 다시 떨어져야 한다니참 보내기 싫었지만 평생 저를 위해 헌신해 주신 그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제 사모와 아이들을 한국에 보냈습니다.

아마 몇 개월 못 볼 것 같습니다. 저는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혼자 지내는 것도 저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생활과 신앙, 영성에 대한 고찰이 생존의 문제와 연결돼 체득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선교 현지가 어려운 이 시국에, 선교사가 선교지를 떠나서는 안 되는 일인데 어머니를 위해 고심했고, 선교지의 상황이 조금 나아져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사모와 애들을 보냈습니다.

코로나를 피하기 위해서 선교지를 떠난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선교지를 떠나서 사실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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