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폭발로 사망 73명·부상 3,700명.(사진제공=연합뉴스)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4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73명이 숨지고 3,7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레바논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이루트의 항구 지역에서 두차례 큰 폭발이 있었고 그 충격으로 베이루트 내 많은 건물과 차량이 파괴됐다.

과거 '중동의 파리'로 불릴 정도로 자유로운 도시였던 베이루트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번 폭발의 원인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레바논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은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이브라힘의 언급은 일단 사고 개연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루트 항구의 한 근로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폭발이 폭죽과 같은 작은 폭발물에서 시작한 뒤 커졌다고 말했다. 항구에 오랫동안 보관된 물질이 관리 소홀 등으로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폭발의 원인이 사고가 아니라 레바논 내 혼란을 노린 세력의 공격이라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레바논은 물론, 중동 정세에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연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참사는 유엔 특별재판소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에 대한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친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 당시 하리리 전 총리의 가족은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권이 암살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번 폭발의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항구에 있는 폭발성 물질을 공습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스텔스 전투기를 레바논 상공에 띄우는 등 적대국가 레바논을 향해 대담한 작전을 벌였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감은 최근 고조된 상태다.

지난달 20일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 상공에서 시리아를 향해 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을 때 시리아에 파견된 헤즈볼라 대원 1명이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7일에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국경 지역에서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약 한달간 전쟁을 치렀으며 이스라엘은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레바논 내 영향력을 확대할 개연성을 우려한다.

다만,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익명으로 베이루트의 폭발이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베이루트 폭발과 관련해 레바논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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