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도래는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모르지만, 노후에 찾아오는 질병과 이로 인한 삶의 질 악화 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책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질병, 그것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고 노화 권위자가 전하는 장수 비결
노화의 원인, 후성유전체 정보 상실
"인간은 늙지 않는다, 병들어갈 뿐"


싱클레어 박사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과 ‘헬스케어 분야 최고 50명’에 든 노화와 유전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다.

저자는 자신을 비롯해 전 세계 노화 연구자들이 수행한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해, 노화가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아니며 다른 질병을 고치듯이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노화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먼저 노화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화란 간단히 말해 ‘정보의 상실’이다. 저자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연구자들이 규정하는 노화는 후성유전체(epigenome·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지 않는 유전 가능한 형질)의 ‘후성유전 정보 상실’이다. 저자는 이를 피아노 연주에 비유한다.

우리 유전체를 그랜드피아노라고 한다면 약 2만 개에 이르는 우리의 유전자는 각각이 하나의 건반이다. 각 건반은 하나의 음을 낸다. 똑같이 연주한다고 해도 제작사, 재료, 제작 환경에 따라 각 건반이 내는 소리는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연주 방식에 따라서도 소리는 달라진다.

이 건반을 무수한 방식으로 조합해 재즈, 록, 레게, 왈츠 등 다양한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후성유전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하나 잘못 누르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그 빈도가 늘면 연주는 엉망이 된다. 우리 몸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후성유전적 잡음(epigenetic noise)’이라고 하는데, 후성유전체에 과격한 조정이 이뤄질 때마다 세포의 정체성이 바뀌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정보 상실이 바로 갖가지 노화의 징표가 나타나게 하는 원인인 셈이다.

노화의 근본 원인이 ‘후성유전 정보의 상실’ 때문이라면 후성유전 정보를 잃지 않으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단 얘기다. 당장 이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우선 건강이 유지될 만큼 적게 먹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핵심은 호르메시스(hormesis), 즉 약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나 세포가 이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현상을 일생생활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저온 노출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장수 유전자와 항노화제, 장수 약물부터 노화 예방 백신과 세포 재프로그래밍, 맞춤 장기 생산 등 최신 의료기법까지 다양한 장수 비법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유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624쪽/ 부키
전체 서열 분석을 통한 개인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생체표지추적’은 예방 가능한 급성 및 외상 사망을 줄일 뿐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 같은 의료 분야 혁신이 더욱 진전을 이룬다면, 저자는 불과 수십 년 내에 인간 수명, 그것도 그냥 살아 있는 ‘생존 수명’이 아닌 ‘건강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전망이 맞는다면 모든 인류에게 고무적인 일인 것은 틀림없지만, 인류는 피할 수 없는 중대 질문 앞에 놓일 것이다. ‘생명 연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계속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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