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하원의원 수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찬성 69.6%, 반대 30.4%로 의원 수 감축 개헌안이 사실상 통과한 것이다.
 
▲의원 수 감축 국민투표 참여하는 이탈리아 수녀들 (사진=연합뉴스)

현 의회가 임기를 채운다는 가정 아래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조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투표율은 53.8%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임을 고려하면 낮지 않은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의원 수 감축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저효율·고비용 의회 구조를 혁신하겠다며 2018년 총선 전에 공약한 사안이다.

작년 압도적인 지지로 상·하원을 통과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일부 현직 의원들이 의원 수 감축은 헌법 개정 사안으로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해 결국 국민투표로 넘어왔다.

이탈리아의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 많다. 한국(0.58명)과 비교하면 3배에 육박한다.

오성운동은 발의안이 통과하면 이 수치가 1.0으로 떨어져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유로(약 6천889억원)의 혈세를 아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오성운동의 얼굴로 꼽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적인 성취를 이뤘다"고 투표 결과를 환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983년 이래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6년이다. 마테오 렌치 내각 때인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이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사실상의 단원제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59%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그 결과로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겪었다.

향후 의회에서는 줄어든 의원 수에 맞춰 선거구 조정 등의 후속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당 및 개별 의원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현지에서는 더 광범위한 정치 개혁을 위한 초석을 놨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4∼5개 거대 정당 중심의 의회 구조에서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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