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일부가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되면서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품질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당분간 국가 무료 예방접종은 일시 중단된다.
 
 ▲독감 무료 접종은 중단됐지만, 유료 접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성약품이 유통하던 독감백신 중 일부에 대한 품질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독감 백신 1천259만 도즈(1회 접종분) 공급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예방접종 사업을 지난 21일 밤부터 일시 중단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배송지역, 품목, 배송상태 등을 고려해 샘플링한 제품들을 검사하고 있다. 검사 기간은 가장 오래 걸리는 무균시험 기간을 고려해 약 2주 걸린다. 질병관리청은 식약처의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폐기 또는 접종 재개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국민 불안은 물론, 의료계의 우려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독감 백신이 상온에서 노출된 시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지만,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해당 백신이 실제 냉동차에서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10분 이내인 것 같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역시 답변자료에서 "WHO의 2012년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사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정하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부 독감백신이 종이상자에 배송된 상황에서 표본 검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내놓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백신을 다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표본을 검사한다면)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검사가 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사용해도 좋다는 결과를 내놓고 큰 부작용이 없다 한들 백신의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검사를 통해 이상이 없다고 해도 누가 백신을 맞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소비자들은 "상온 노출됐던 백신은 접종할 수 있다 해도 찝찝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 500만 도즈를 검사해 설령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국민이 해당 백신을 맞고 싶겠냐"며 "결과에 상관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응이 나오자 박능후 장관은 24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예방접종 재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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