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우리 정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는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한미가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북한군에 의한 한국 공무원 사살 돌발 사건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어 외교 당국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바빠지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과 중국의 외교장관의 잇따른 방한 가능성과 함께 우리 정부는 미중 갈등 속 '줄타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018년 10월 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는 장면. (미국 국무부 제공, 출처=연합뉴스)

특히 10월 미국과 중국의 외교장관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중 갈등 속 '줄타기' 입장인 우리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9월 28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나선다.

이 본부장은 공무원 총살 사건이 북한과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상황 악화 방지 등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전 북미가 만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미 외교당국은 긴장 고조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에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 도착 직후 특파원과 만나 총살 사건과 관련, "(미국과) 어떻게 같이 공조할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얘기할 생각"이라며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너무 앞서나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을 다녀온 뒤 중국과도 공무원 피살사건 등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 논의를 위해 여건이 되는대로 중국의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뤄자오후이(羅照輝) 외교부 부부장도 만날 계획이다.

정부는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발신할 메시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작년 창건일에는 도발이나 대규모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지만, 올해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라 북한이 열병식 등을 통해 미국에 위협이 될 새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진수식도 거론된다. 군 당국은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SLBM을 시험 발사도 배제할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아시아소사이어티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가 주요 관심사"라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 협력을 향한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면서 대화를 장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중 외교장관의 10월 잇따른 방한도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다음 달 초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한다.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미국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의 이해를 얻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 이어 일본도 방문할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에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다자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당국자들은 쿼드에 한국 등을 추가한 '쿼드 플러스'를 언급하고 있어 한국에도 가입을 권유할지가 관심사다.

한중 외교당국은 10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도 조율하고 있다.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중국 측 인사 방한 관련해 현재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왕이 부장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에 들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K 보도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르면 10월 방일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왕이 부장도 방한 시 미중 갈등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최근 왕이 부장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맞대응으로 발표한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함께 글로벌 데이터 보안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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