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코로나 블루를 이길 공동체의 힘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등록일:2020-10-06 11: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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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코로나로 인해 암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극도의 우울감이 증대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말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최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상황 이후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7.5%는 '불안'이라고 답했고 분노(25.3%)와 공포(15.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8월 초 동일한 설문과 비교할 때 불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15.2%포인트 줄었지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증가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저소득층에서 평균보다 10% 포인트 정도 높은 65.6%가 우울감이 많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낮을수록 재난으로 인한 우울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각각 54.7%, 69.2%, 71.6%로 조사 때마다 점점 늘고 있어서 이 현상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난의 경험은 물리적·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집합적 형태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일으킨다. 재난을 경험하거나 목격할 경우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충격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상황은 긴장, 두려움 등을 확산시켜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모두 6,278명(잠정치)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는 지난해 동기(6,431명)와 비슷한 수치이지만 수도권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자살 관련 데이터가 악화하고 있고, 소득분위 하위계층인 경제 취약층에서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온 사례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보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계 상황에 도달한 자살 위기 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염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자살의 요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사람들이 자살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존감이 높고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사람은 자살의 위험이 낮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몇 년 전에 OECD에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대한 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의 공동체성과 관련된 사회관계망의 질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선진국가들 중에서 공동체성이 가장 약하다는 의미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극도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코로나와 공동체

문제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대면 접촉보다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만나거나 아예 만남 자체를 회피하게 되기 때문에 사회관계 자체가 약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가능하면 대규모 모임을 피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언택트’ 방식의 삶으로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비대면 상거래와 상품 주문, 온라인 회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재택근무가 선호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됐다. 한 트랜드 전문가는 코로나 이전에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분석하면서 2020년 트랜드의 핵심 키워드로 ‘외로움’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급속하게 더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대면 방식이 대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도 어려우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어 삶을 영위할 수도 없다. 사람은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를 필요로 하며 현대 사회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 고립된 삶을 살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특히 취약 계층의 사람들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공동체이다. 파괴된 사회관계를 회복함으로써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전에는 공식 모임과 대규모 집회가 중요했으나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소그룹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전에는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스몰토크가 오늘날에는 자신의 사회 자본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렇게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형성되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해지고 삶의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참여하기도 더 쉬워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모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의 역할

이러한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교회는 스스로 공동체임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빈번한 모임과 교제를 통해서 친숙성을 높임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공동체의 일원인 기독교인들은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할 수 있고, 공동체 활동은 이런 식으로 기독교인들이 시민으로서 연대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북돋을 수 있다. 특히 자기희생의 규범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사회 곳곳에서 공적인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회 모임의 대부분이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회는 사람들을 교회당 안으로 불러 모아서 복음을 전하고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독려해왔다. 성도들을 양육해서 세상을 보내었지만 그것도 결국은 사람들을 전도해서 다시 교회당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예배당 모임이 큰 제약을 받으면서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왔던 ‘모이는 교회’보다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회라는 건물과 제도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보다 교회 밖 ‘세상’으로 나가서 보냄 받은 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공동체 정신으로 자신들끼리만 결속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품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공동체적인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를 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불확실성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지역 사람들에게 주체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줌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운동을 하는 여러 주체들과 협력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그 변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취약 계층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누구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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