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노동당 창건일이다. 특별히 올해는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해로,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의 의미가 더해져 일찍부터 관심이 모아졌다.

북한은 심야에 진행된 이번 기념식의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국제사회에 공개하며 대내외에 무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도 예전 선대 지도자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연설에서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면서 울먹였다. 그런가 하면 신형무기가 등장할 때는 활짝 미소를 띠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을 보면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모습이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출처=연합뉴스)

신형무기를 공개했지만 직접적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언행은 없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면서 대외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다. 특히 남한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라고 지칭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유화적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두 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파악한다. 먼저 대북 정책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자위적인 전쟁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위기가 진정되면 남북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미국은 우려를 표명한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이 계속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시하는 것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강국으로 진화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북미 간 대치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대선 정국이 한창인 상황에서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임기가 시작할 무렵 도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새로운 장거리탄도미사일 추정 무기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다만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서해상 우리 국민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도 조속히 공동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요구”한다며 이를 위한 “군사 통신선 복구와 재가동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남북관계의 복원이 가사화 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평도 해역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우리 측 요구인 남북한의 공동조사와 시신 수습에 진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코로나 사태의 조기 종식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남북 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 입장에 주목한다”는 청와대의 입장표명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이 제안한 공무원 사살 남북 공동조사에 대해 일절 반응이 없는데도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라는 한 마디에, 북한에 긍정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의 연설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사랑하는 남측동포"라는 김정은의 이 말은 북한 인민들을 결집시키려는 여러 호소를 담고 있고, 남한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닌 국민들에게 동질감을 호소하는 듯한 것으로 정부와 국민의 민심을 이반시키는 의도가 담겼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피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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