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하면 첨탑에 십자가가 있는 건물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경상북도 경산에는 건물도 아니고 십자가도 없지만,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예배를 드리는 '버스 교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버스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찾아가는 목회, 이동하는 교회의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25일 오전 11시 30분 경북 경산의 한 공원에 주차되어 있는 이동식 버스 교회인 '순복음회복교회'ⓒ데일리굿뉴스

매주 주일 경상북도 경산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제2주차장에서는 연두색 대형 버스 한대를 만날 수 있다. 찬양과 성경말씀, 기도소리가 들리는 이 버스의 이름은 '순복음회복교회'다.  46인승 버스를 9인용 이동식 사무실 형태로 개조한 모습이다. 순복음회복교회는 10월부터 주일마다 공원을 찾아 무료 음료와 전도지를 나누며 사람들을 예배에 초청하고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총회장 이영훈 목사) 경북 지방회에 소속된 강원식 목사는 아내인 권명진 전도사와 대구에서 6년 동안 개척목회를 하다 지난해 경산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버스 교회는 새로운 사역을 고민하던 중 기도하며 결정한 선택이었다.
 
강 목사는 성도들의 헌금 대부분이 교회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월세로 지출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교회가 이단 신천지 다대오지파 근처에 있던 탓에 전도에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사역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을 찾아가 선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문득 '자동차를 개조해서 게릴라 형식으로 예배를 드리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면서 버스 교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예배에 집중하면서 교회 문턱 낮추고 싶어"
 
주변에서는 버스가 교회가 될 수 있냔 얘기도 나왔지만, 강 목사는 복음전파와 예배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전도사는 "강 목사와 함께 기도하면서 90세에 이삭을 낳은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이야기가 떠올랐다"며 "처음에 사라는 황당해서 웃었지만, 하나님의 약속대로 이삭을 낳고 진정한 기쁨의 웃음을 지었던 것처럼 버스 교회가 사람들을 복음으로 인도하고 웃음짓게 할 것이란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개척교회를 하며 재정적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강 목사는 낮에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밤에는 버스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하며 1년 여의 시간 동안 손수 버스 교회를 꾸려나갔다. 버스 입구 운전석을 포함해 앞 좌석 9자리는 그대로 두고, 가운데 공간은 누구나 와서 교제하고 예배할 수 있도록 카페 형태로 꾸몄다. 맨 끝 공간은 기도하고 말씀을 준비할 수 있도록 목양실로 만들었다. 공기청정기와 벽걸이 에어컨,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 시스템도 갖췄다.
 
예배시간이나 순서는 잡아나가고 있는 상태다. 보통은 가장 먼저 어린이 예배를 드리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찬양과 기도를 시작한다. 예배 시간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오후 3시 전에는 예배가 끝난다. 전도는 예배 전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에 진행된다.
 
특이한 외형에 눈길…회복 경험하기도
 
버스 교회의 특이한 교회의 모습에 한번쯤 눈을 고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도를 거절하기 일쑤다. 현재는 강 목사의 가족과 지인들 위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루 참석에도 예배를 드리며 마음의 회복을 경험한 이들도 있다.
 
일일 방문 성도 전영호 씨는 "코로나로 집에 있는 게 답답하고 하나님과 나 사이가 멀어진 것은 아닐까 고민도 됐는데 이렇게 나와 기도하니까 위로도 받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권 전도사의 가족이자 순복음회복교회 사역을 함께 섬기고 있는 권병희 장립집사와 신향란 권사는 "이전과 달리 공원에 나와 색다른 곳에서 예배하니 새롭다"며 "버스 교회가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구원의 방주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순복음회복교회 안에서 강원식 목사와 권명진 전도사, 일일 성도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지역 교회와 연계하는 '가교' 역할 목표
 
순복음회복교회의 사역 목표는 하나님과 사람을, 교회와 성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기 보다는 직접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지역 교회에 정착해 신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역인 셈이다.
 
이를 위해 강 목사와 권 전도사는 지역 교회와 협력해 전도 사역을 계획하고, 동네 어린이들과도 함께 예배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공원에서의 열린 예배를 시작한 순복음회복교회는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찬양과 복음의 메시지가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복음과 회복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릴 계획이다.
 
강 목사 부부는 "듣든지 안 듣든지 복음을 전하는 것이 크리스천들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저희가 들로, 산으로, 공원으로 나와서 한 영혼이라도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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