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 상황에 날씨까지 쌀쌀해지면서 보금자리 하나 없는 노숙인들의 처지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25년간 노숙인들을 돌봐온 한 목회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노숙인들을 복음으로 보듬는 '서울역 홈리스 자활센터'(이하 자활센터)를 최근 개소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로 후암우체국 맞은 편 인근 건물에 위치한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데일리굿뉴스

서울역홈리스연합회 회장 최성원 목사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후암우체국 맞은편 인근 건물 1층에 '서울역 홈리스 자활센터'를 개소했다. 자활센터는 갈 곳 없는 노숙인과 무연고 장애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직업을 알선하는 곳이자 외부 후원과 협력을 위한 연락 사무소의 역할을 한다.
 
최 목사는 그동안 노숙자선교회와 '행복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해오다 올해 여름 건물주의 계약 해지로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야 했다. 시설에 있던 노숙인과 장애인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였지만, 무명의 후원과 현재 건물주인 한 목회자의 도움으로 지금의 센터를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
 
자활센터는 건물의 3개 층을 빌려 사용하고 있지만, 녹록지 못한 재정으로 사무실 여건을 완전히 갖추진 못했다. 현재 1층은 외부와 연락을 주고 받는 사무소와 관리자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2층은 특별히 사정이 어려운 노숙인들의 숙소로, 지하는 창고와 사역보고를 위한 인터넷 방송 준비실로 이용되고 있다.
 
자활센터 사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식주를 지원하는 것 뿐 아니라 노숙인과 무연고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 목사는 노숙인들이 센터에 와서 머물면서 교육을 받고 3개월 간 폐지 줍기 등 일을 하면 센터의 보증을 받아 농장이나 공장 등지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주소지를 제공해 기초생활수급 혜택이나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개소한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1층의 모습. 재정이 부족해 사무실의 모습을 갖추진 못했다.ⓒ데일리굿뉴스

올해 75세인 최 목사는 일산순복음교회를 담임하다 베트남 선교사로 5년간 활동했다. 노숙인 사역을 시작하게 된 건 1998년 IMF 당시였다. 그는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마주하고 가난하고 소망 없는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이후 용산역과 서울역 일대에서 25년째 무료 급식 사역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 목사는 실직과 중독, 범죄, 정신질환 같은 이유로 소외된 것이지 태생부터 노숙인인 사람은 없다며 소외된 이들을 감사와 기쁨으로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숙자와 함께 지내는 걸 보고 누군가는 차라리 돈을 벌지 왜 이런 일 하냐고 묻는다"며 "친구도 없고,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는 이들을 섬기는 것에서 남다른 긍지와 기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25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최 목사의 노숙인 사역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숙인을 돕다 협박과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노숙인들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72차례 이사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노숙인을 돌보는 일은 언제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그의 가족도 월세를 전전하며 사는 형편이다.
 
하지만 최 목사는 "정신적으로 아프고, 의지가 약한 노숙인들이 많은데, 그들 중에서도 복음을 듣고 새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최 목사를 통해 직업을 갖고 자립에 성공한 노숙인은 400여 명, 택배기사와 아파트 경비원, 운전기사, 시장 환경미화원 등 많은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복음을 듣고 회심해 신학교를 간 이도 있다.
 
서울역 홈리스 자활센터는 노숙인에게 겨울점퍼를 제공하고 사역 후원을 위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는 등 노숙인 자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식자재, 전화기, 책상 등 사무용품 같은 물품 지원, 재정 후원 등 노숙인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서울역 홈리스 자활센터 최성원 목사가 후원 받은 식자재로 노숙인들을 섬길 수 있다며 웃고 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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