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이 정상이더라도 환자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면 치매 위험이 실제로 높았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하다고 느낄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50% 높아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팀은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상관관계를 2009~2011년 건강검진을 받은 57만 9,710명의 데이터 분석을 거쳐 확인했다.

환자 스스로 기억력 등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검사 시 정상 범주인 경우가 주관적 인지다. 수면 부족 등 신체적 요인과 우울증 같은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발생한다. 자연스러운 기억력 감퇴나 사소한 건망증에 대해 환자가 지나치게 의식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주관적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6세에서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환자의 치매 위험은 일반인보다 38% 높았다. 특히 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위험도가 50%까지 증가했다.

인지능력 저하를 심하게 느낄수록 치매 위험도 같이 상승했다. 명 교수 는 “이 결과는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우울 증상을 함께 느낀다면 치매 조기 검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 상태인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노인은 몇 년 후 치매로 이행될 위험이 높지만, 이를 예측할 방법은 없다.

스웨덴 룬드대학 의대 임상학과 니콜라스 쿨렌 교수팀은 혈액의 55%를 차지하는 혈장 속의 두가지 특정 단백질 수치로 이러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 가지 혈장 단백질은 치매 환자의 뇌 신경세포 안에 형성되는 비정상 타우 단백질의 한 가지 유형인 P-타우181과 이미 신경세포 손상 표지로 이용되는 ‘미세신경섬유 경쇄’다.

연구팀은 MCI 노인 573명의 혈장 속 여러 단백질 수치와 뇌척수액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4년 동안 치매 발생 여부를 지켜본 결과 이 두 가지 혈장 단백질이 치매로 이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혈장 단백질 수치를 이용, MCI 노인 중 누가 치매로 이행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두 가지 단백질 수치가 치매로 이행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정확도(민감도)가 89%, 치매로 이행되지 않으리라 예측하는 정확도(특이도)는 88%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MCI가 있는 사람은 50% 이상이 치매로 이행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누가 치매로 이행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미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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