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공원묘원에 있는 정인이의 묘지에는 정인이를 위한 선물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다.ⓒ데일리굿뉴스

양부모의 가혹한 학대 끝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복되는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단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6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하이패밀리 안데르센공원묘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잠든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한 추모객은 자녀와 함께 정인이의 묘지를 찾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인이의 묘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는 추모객도 있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추모객 이소영 씨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묘지를 직접 찾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아이는 이미 떠나서 해줄 것은 없지만 잊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왔다"며 "정인아, 미안해. 잊지 않을게"라고 말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앙상한 묘목 옆에 명패와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묘지는 이제 정인이를 위한 선물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다.
 
추모객들이 정인이에게 보낸 선물은 공원묘원 측의 배려로 전시관에 전시하게 됐다.
 
그동안 많은 죽음을 마주한 공원묘원 대표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에게도 정인이의 죽음은 유달리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정인이를 이곳에 직접 안치한 송 목사는 참담한 심정을 뒤로 하고 매일 아침 정인이가 평소 좋아했던 뽀로로 노래를 틀고 있다.
 
송 목사는 "제일 많이 울어봤다"며 "반성해서 울게 되고, 아파서 울게 되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서 울게 된다"고 말했다..
 
교계에서도 추모에 동참했다. 특히 정인이의 양부모가 기독교인으로 알려지면서 교계에서는 깊은 탄식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와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새로운교회 한홍 목사는 조용히  묘원을 찾아 정인이를 추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목사는 "이동원 목사님, 홍정길 목사님, 한홍 목사님이 소리없이 오셔서 추모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예장 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인이의 죽음을 애도했다. 소 목사는 '너의 눈물이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리'라 적은 종이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정인아 미안하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니"라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양부모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대신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와 함께 양부모 등 관련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진성서 제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추모는 양부모 등 관련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와 함께 진정서 제출을 독려하는 운동이 벌어졌고, 정인이 관련 국민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 국민 청원은 하루 만에 20만 명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뒤늦게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신고의무자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반복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법제도의 강제적인 개입과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과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현행범이 아니거나 물적 증거가 없어도 아동학대 사건을 입건할 수 있는 지침들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가정법원이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외국의 통합법원,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전담법원처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대안들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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