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사탄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포의 대상이던 사탄이나 귀신이 최근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인간을 돕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해 사랑받고 있다. 소재의 다양성도 좋지만, 자칫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드라마 <루시퍼> (사진=폭스)

'선과 악' 경계 모호해지고 구원관 손상할 수 있어
복음 담은 문화 콘텐츠의 질적·양적 생산 고민해야


미국의 한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 광고가 최근 주목을 받았다. 이 광고는 지옥에서 온 사탄이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를 통해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인과 데이트하는 모습이 성경 속 사탄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사탄이나 귀신 등을 소재로 다룬 미디어 콘텐츠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캐릭터의 변화다. 사탄이나 귀신 등이 인간을 파멸하고 선과 대립하는 존재에서 인간을 돕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분해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한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은 지긋지긋한 지옥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으로 내려온 ‘루시퍼’다. 극 중 루시퍼는 미녀 형사와 함께 범죄 사건을 해결하고 사랑에도 빠진다. 급기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지옥으로 돌아가는 루시퍼는 그동안의 사탄 이미지와는 분명 다르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새 민담이나 샤머니즘을 재해석한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귀신이지만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결국엔 악과 대립하여 승리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미디어로 친숙해진 사탄이나 귀신 등의 캐릭터는 게임이나 만화, 의류 브랜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성경 속에서 사탄을 의미하는 숫자를 상호로 내건 버거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소비문화 측면으로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으면 구원관도 모호해지는 것"이라며 "그 점에서 보면 기독교적 가치관이 손상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과 비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중문화 속에서 기독교 문화 콘텐츠의 질적·양적 생산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 원장은 "선악이 모호해지고 구원관도 모호해지는 세상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학적 지평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동시에 명시적이지 않아도 복음을 담아내고 하나님의 나라가 드러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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