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1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남북군사회담 정례화 추진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작업 가속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방부 "北과의 회담 언제든 열려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북한 호응'을 전제로 군사공동위 구성·운영 등 남북군사회담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화 채널은 열려 있고 회담에 언제든지 나갈 의지가 있다"며 "군사 문제는 회담이나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고, 역대 정부에서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남북은 군사합의서 체결 한 달 후인 2018년 10월 26일 제10차 장성급회담 이후 후속 군사회담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군사 소통 채널인 군 통신선마저도 북측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작년 6월 9일부터 연결하지 않고 있다.

북한군-유엔사 간 직통전화가 현재로선 남북을 잇는 유일한 군사채널이다.

일각에서는 연합훈련은 한미간 협의할 사항이라는 비판섞인 목소리를 냈지만, 군사합의서 제1조 1항은 군사공동위에서 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조항은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나와 있다.

남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획할 때는 군사공동위를 통해 훈련 일정과 목적 등의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상호 '적대적 의사'가 없음을 확인해 우발적인 충돌을 막자는 것이 이 조항의 정신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북은 제10차 장성급회담에서 군사공동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남측은 군사공동위 위원장은 1992년 5월 기본합의서를 준용해 차관급(북한 부상급)으로 하고, 분기 1회 회담 추진 방안을 북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장관 희망대로 군사회담 정례화가 실현되려면 북한이 화답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탐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 남북 군사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현재 연결하지 않고 있는 군 통신선을 가동하는 것을 관계 회복 의지를 가늠하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작권 조건평가 조정 여부는?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인 관심을 높여 전작권 전환을 우선순위로 격상토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이 지체 없이 진행되도록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노력하고, 특히 협의 절차를 가속해 조속한 시일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미가 진행 중인 전작권 전환 작업은 '조건 평가'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에는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충족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돼 있다.

전환 시기는 이 세 가지 조건에 대한 평가와 양국 국방부 장관의 건의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결정한다. 문제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충족 부분에서 주관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미측에 대해 기존에 합의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전환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므로 조건을 재평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주장을 수용할지 여부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미 양측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조건)을 가지고 진행해오고 있다"면서 "그런 조건들로 우리가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요원해지거나 너무 지연될 경우 그런 부분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건을 충분히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인준된다면 양측의 합의로 2015년 서명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을 포함해서 전환 상황을 리뷰(review·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재검토 결론이 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검증평가단 요원은 한미가 같은 수의 인원으로 편성했다"면서 "한미가 독립적으로 평가해서 그 결과를 협의로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지난해 8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연습 때 미흡했던 부분이 있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연습을 재개하는 방안을 미측과 협의 중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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