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제9대 신임 회장에 조명환 교수가 취임했다. 공개 채용 과정을 거쳐 선임된 조명환 교수는 건국대학교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이자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를 공동 설립해 활동해온 벤처기업인이기도 하다.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 회장으로서 전 세계 에이즈 퇴치 운동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NGO 단체의 후원을 받던 어린이에서 월드비전 회장으로 취임해 주목받았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데일리굿뉴스

Q.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의 제9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취임 소감을 나눠달라.
나 역시 후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을 늘 품고 살아왔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인지 감사하게도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돼 매일을 큰 감동과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를 돕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에, 월드비전 회장이라는 큰 책임과 사명이 필요한 자리이지만 제가 가야 할 길로 감당하고 있다.
 
Q. 앞서 어린 시절에 후원을 받아왔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어린 시절 충무성결교회 장로님이 젊은 실향민 부부인 부모님이 딱해 보였는지 구호단체를 연결시켜 줬다. 미국인 직원이 직접 저희 집을 방문해서 갓 태어난 저를 확인하고, 미국인 후원자 헬렌 넬슨 씨와 연결해 줬다. 그리고 매달 헬렌이 보낸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한 편지와 15달러를 보내왔다. 그런데 후원자가 3년 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후원자 언니인 에드나 넬슨 씨가 나를 후원하게 됐다. 처음에는 분유, 옷, 장난감 등의 구호품을 받았고, 조금 커서는 학용품을 받았다. 그때는 15달러가 적지 않은 돈이어서 어머니는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나눠 주셨다. 가난했지만, 미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Q. 미국인 후원자 에드나 넬슨 씨와의 인연은 언제까지 이어졌나.
45년 동안 매달 편지와 15달러를 받았다. 1990년에 건국대학교 교수가 됐는데, 그때까지도 계속 15달러를 보내 줬다. 어머니한테 들은 바로는 내가 중학생이 되던 해에 이제 돈은 그만 보내도 된다고 했는데도 계속 보내 주셨다. 아마도 에드나 어머니는 ‘너도 나처럼 남을 도우면서 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주고받은 편지가 540여 통이나 된다. 에드나는 나의 또 다른 어머니다.
 
Q. 후원받던 어린 시절을 거쳐 현재 전 세계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NGO 단체의 회장이 됐다. 조 회장에게 월드비전은 어떤 의미인가.
나를 증거로 삼아 나눔, 작은 자에게 흘려 보내는 사랑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라는 하나님의 뜻이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실향민 가정에서 자라면서 해외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오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며 그 동안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성장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참으로 많이 느껴왔다. 인생의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저를 지켜 주셨던 건 하나님이었다. 때론 하나님을 원망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를 붙잡아주고 훈련시키신 건 월드비전 회장을 감당하게 하시려고 인도하셨던 것 같다.
 
Q. 국내외 어린이들에게 후원은 어떤 힘(power)을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후원이 한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다. 에이즈로 죽을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후원을 통해서 새 삶이 주어진다. 또 나처럼 가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모두 작은 후원이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월드비전 회장으로 일하면서 이러한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나 또한, 후원을 받던 가난한 아동이었지만 지금의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된 것처럼 후원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 바로 그 증거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Q.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취약 계층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2021년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최근 세계은행에서 발행한 보고서인 『Poverty and Shared Prosperity 2020 : Reversals of Fortune』에서 “2020년 팬데믹 영향으로 최대 1억1500만 명이 다시 극빈층으로 떨어질 위기”라고 밝히고 있다. 소외된 사람이 더 소외되고 취약한 사람이 더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이는 2021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분쟁으로 인한 이주민 중 18세 미만 아동 비율은 절반 이상(52%)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은 큰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아동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이전에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계의 어려움으로 인한 여아들의 조혼 및 10대 임신율 증가, 소득 감소로 인한 영양실조 증가, 가정폭력, 아동 폭력 증가, 코로나 이후에 학교로 돌아가기 어려운 아이들이 더 늘어나는 등의 현상들이 취약한 아동들에게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Q. 월드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현 시점에서 월드비전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월드비전은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위기에 놓인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돕겠다는 사명에 집중할 것이다. 월드비전의 강점이자 오랜 사업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장기간의 지역개발사업을 근간으로 삼겠다. 5가지 주요 사업분야인 교육, 보건영양, 식수위생, 소득증대, 아동보호에 더욱 집중하고, 각 사업분야들 간의 통합적 접근 사업 방식을 통해 아동들, 특히 더 취약한 아동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더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창출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 취약한 아동과 가정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생존문제 해소에 월드비전이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시민들, 특히 다음 세대가 지구가 직면한 절대 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갈등과 분쟁 등의 이슈들을 해결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월드비전이 적극 기여하겠다.
 
Q. 국내 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국내 사업에서도 가장 취약한 아동을 돕기 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취약한 아동을 발굴 및 지원하기 위한 사회복지 조사 연구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에서 더욱더 취약한 아동을 찾아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국내 저소득 아동들은 돌봄과 교육에 있어 더욱 심한 소외를 겪고 있다. 비대면 돌봄, 사회복지프로그램 컨텐츠 제작 및 보급 활성화를 통해 국내 저소득 아동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월드비전은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Q. 한국월드비전 수장으로서의 비전은 무엇인가.
한국월드비전은 전 세계의 도움을 받던 기관에서 이제는 모금을 통해 다른 나라를 돕는 기관이 됐다. 이러한 성장 뒤에는 국제적 규모와 오랜 역사에 더해,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월드비전은 청지기 정신으로 후원자님이 믿고 맡겨 주신 후원금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서 구성원들이 행복한 월드비전,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월드비전, 하나님이 기뻐하는 월드비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 큰 소망이다.
 
Q. 후원과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신뢰도 회복을 위한 대안이 있나.
앞에서 이야기한 월드비전의 비전을 이루는 것은 월드비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후원자들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때 이룰 수 있기에 아이들의 필요와 월드비전이 만들어 내는 변화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알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월드비전의 사업에 동참하도록 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전세계 가장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고 하면 월드비전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 이런 일들을 직접 해내는 직원들의 사명감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도 우선순위로 실행하고자 한다.
 
Q. 코로나 19 로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월드비전과 같은 NGO 단체의 역할과 더불어 한국 교회의 나눔과 실천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 교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취약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심화된 불평등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교육과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하나님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개개인의 나눔이 더욱 간절하고 소중하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 후원이나 기부를 실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말하고 싶은 것은 후원은 도움을 받는 아동뿐 아니라 후원자에게도 큰 축복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먼 거리에 있는 아이를 만나고, 마주해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후원자님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으로 신나는 하루를 살 수 있다.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한 아이의 소망이자 힘이 되며 그 마음과 사랑이 분명하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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