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그리고 어느 때나 접속이 가능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많은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까지 각광받고 있는 이 기술에 한국 기독교가 나서 주목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 제공)

미국 헐리우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년)은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되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상상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 단, 가상공간에서 만이라는 제약이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주인공은 가상공간에 접속하는 것이 하루 일과 중 유일한 낙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 네이버 제트는 지난 2018년에 '제페토'라는 가상현실 서비스를 선보였다. 출시 후 불과 3년만에 누적가입자 2억명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한 유명 아이돌 그룹은 최근 이 공간에서 사인회를 개최했는데 무려 5천만명이 몰리기도 했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빅히트·YG엔터테인먼트는 120억원을 투자했고, 유명 명품업체 구찌는 가상공간에 직접 입점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페토는 사용자 80% 이상이 10대 청소년이고, 유튜브보다 2.5배 많은 사용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상공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VR(Virtual Reality)을 말하며,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져 초월한 세계란 뜻의 '메타버스'라는 합성어도 최근 등장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제페토라는 곳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라이프를 즐기는 현상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명품 샵들이 입점을 하고 아바타에 명품 옷을 입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상당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거기 교회가 입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그곳에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자들도 거기서 설교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상현실로의 변화에 한국 기독교도 대응에 나섰다.
 
▲오는 4월 개강할 바이블 아카데미 강의 현장 예상 모습. 수강생들은 직접 이곳에서 영상으로 강의를 듣고 출석체크까지 하게 된다. (한국미디어선교회 제공)

지난해 성경 66권의 강해영상을 온라인에 무료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한국미디어선교회(이사장 김운성 목사, 설립자 김병삼 장로)는 오는 4월 개강하는 바이블 아카데미를 가상공간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하에 실감형콘텐츠연구소(소장 임진국)를 조직하고 약 4개월 간의 개발 끝에 바이블 아카데미 강의를 위한 가상공간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30년 경력의 임진국 소장이 필두에 나섰고 지금은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세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임 소장은 향후 한국교회에도 VR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선교회에 개발 필요성을 설명했고 김운성 이사장과 김병삼 장로가 "다음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공감하며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한국미디어선교회가 개발한 가상공간에 접속해보니 망망대해 한 가운데 솟은 외딴 섬에 화려한 첨탑이 보이고 그 뒤로 세련된 교회건물이 보였다. 구름과 나무도 곳곳에 배치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건물로 입장하면 대표적 목회자들의 이름을 딴 강의실 형태의 기념관들이 나오고, 공중정원 형태로 돼 있는 광장과 회의실도 보였다.

이 공간에서는 강의뿐 아니라 예배, 모임, 회의 등 만나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는 모바일과 PC, VR기기로 접속한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상대방을 만나 채팅과 영상통화로 소통할 수 있다. 일반 가상현실 서비스와 차별화 되는 것은 채팅과 음성으로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에 페이스북 줌(Zoom)이나 구글 미트(Meet)같은 화상 회의 시스템도 결합했다는 점이다.

임 소장은 "이런 VR을 통해 1년에 한번 열리는 교단·연합기관의 총회나 전 세계 선교사들의 모임, 나아가 전 세계 국가들의 정상회담, 대기업의 지사회의, 국회 본회의, 유엔 안보리 등 대규모의 모임도 쉽고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때에 수시로 모일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집계가 되는 전자투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상현실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고 있는 현재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면예배가 제한되고 대면 소모임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가상공간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세대들이 실제같이 구현된 성경 속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현실감 있는 성경공부도 향후 추가로 제작이 된다면 체험하는 게 가능해진다.

임 소장은 세계적인 코로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교계가 발상의 전환으로 비대면 솔루션을 앞장서 개발하면 사회에 역으로 보급하는 등 비기독교인들도 교회의 가치에 공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임 소장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당장 VR시대가 도래했을 때 발맞추기가 상당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미디어선교회는 이 플랫폼을 개교회가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교회가 의뢰를 하면 해당 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가상공간에 배치하고 성도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사회로 가는 현상에 한국교회가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 기술로 사회에 기여한다면 기독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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