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학교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학폭 미투'가 확산하면서 학교폭력 규정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학교폭력 규정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 판단 기준이 모호해 사안에 따라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실정이다.  
 
25일 이대 학교폭력 예방연구소의 '학교폭력 판례 분석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예방법 2조 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상대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명예훼손·모욕, 강요, 심부름, 성폭력, 따돌림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처럼 학교폭력 행위가 상세히 명시된 것과는 별개로 '피해 판단 기준'에 관한 규정은 없다.
 
피해 발생 여부는 피해자의 신체상황과 정신연령, 대처능력 등에 따라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학교폭력 판례들에서 법원은 피해 학생이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꼈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형법상 범죄요건 충족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의 감정'이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2013년 서울행정법원은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놀림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했다. 당시 사건에서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의 신체적 약점을 잡아 '돌출 입' 또는 '돼지'라는 별명을 부르고 자 등을 이용해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생은 "장난을 치다 서로 놀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 학생이 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받아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 점 등을 근거로 학교폭력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자로 욕설을 보낸 것이 학교폭력이라는 판례도 있었다. 2014년 서울행정법원은 한 중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전송한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했다.
 
가해 학생 측은 욕설 문자에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이 없어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규정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학교폭력법상 명예훼손·모욕은 형법상 기준으로 그 성립요건 구비 여부를 판단할 게 아니라 학생 보호·교육 측면에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5년 창원지법은 '의자 빼기'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장난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 사건에서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앉은 의자를 빼 넘어뜨리거나 외모와 말투를 놀린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생 측은 친구로서 일시적인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학생의 신체·정신적 피해가 수반되는 모든 행위는 학교폭력"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구소 측은 "학교폭력예방법 목적과 개념에 비춰볼 때 학교폭력 행위 유형 개념과 범죄인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법상 개념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판례도 가해행위로 피해 학생이 괴롭힘을 느꼈는지를 기준으로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학교폭력의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며 "우선 전체 법체계에 따라 통일적 해석을 하고, 사안에 따라 학생 보호와 교육 측면에서 달리 해석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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