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3%대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악재와 소득감소 영향으로 민간소비 회복은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5일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수정한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5일 수정한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로, 지난해 11월 26일 발표된 기존 전망치 그대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출 상황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좋다. 수정 제시한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7.1%인데, 이는 기존값(5.3%)보다 1.8%포인트(p)나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주요국 백신 보급과 적극적 재정부양책 등으로 글로벌 교역조건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주도 수출…건설투자도 플러스 전환

실제로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114.20)와 수출금액지수(110.32)는 1년 전보다 각 8%, 11.4% 올랐다. 수출물량지수는 5개월, 수출금액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전기장비,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특히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내 반도체 지수만 따로 보면 수출량과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각 19.4%, 18.5% 뛰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관련 산업의 수요가 커지고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도 재개되면서 반도체·휴대전화 등 컴퓨터·전자기기와 운송장비 수출이 늘고 관련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5.3%)도 기존(4.3%)과 비교해 1.0%p나 높아졌다. 건설투자 성장률도 0.5%에서 0.8%로 상향조정됐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건설투자는 GDP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는데, 올해 플러스 성장률로 바뀔 것"이라며 "건설투자는 취업자 수나 내수 쪽에 파급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2% 반등 그칠 듯

민간소비는 상황이 다르다. 한은의 수정 전망에서 민간소비 성장률은 2.0%로 기존(3.1%)보다 1.1%p나 낮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겨울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생각보다 심해 소비가 작년 11월 전망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가는 소비에 달려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한은은 올해 취업자가 13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증가 폭이 8만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실업률 전망치는 3.8%에서 4.0%로 높아졌다.

더구나 올해 일자리 증가 전망치(13만명)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약 100만명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반영된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번 한은 경제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지급되면 소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가상승률, 인플레 우려는 성급하나 지켜봐야"

물가도 걱정스럽긴 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기존 전망치(1.0%)보다 0.3%p 올려 잡았다. 경기 회복과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흐름, 전·월세 가격 강세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에 일단 "1%대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한 것도 당장 현존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한은도 공감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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