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약상자 만들기 활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나누미가족봉사단원들. ⓒ데일리굿뉴스

“우리는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모두 달라요. 봉사를 해본 사람이나 안 해본 사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 어느 날 일회성으로 만들어진 행사에 모였습니다. 여러 가족이 모여 같이 땀 흘리며, 활동하면서 하루에 그치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남았죠. 그래서 여러 가족이 모여 봉사단을 만들었고, 이름을 ‘나누美가족봉사단’이라 지은 지 벌써 12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이처럼 끈끈한 가족애가 오랫동안 봉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아요.”
 
 ▲박정우 경남 고성 나누미 가족봉사단장 ⓒ데일리굿뉴스
경남 고성군 나누미 가족봉사단 박정우 단장(50)은 지난 2009년에 조직된 고성 나누미 가족봉사단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단장에 의하면 군청에서 처음 가족 봉사단을 만들었을 때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모임 참여자들이 모임 취지를 공감하고 좋아하게 되면서 ‘꾸준하게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이뤄졌고 그렇게 12년이 지났다.
 
나누미 가족봉사단은 이름에 걸맞게 가입조건이 있다. 가족관계 2인 이상 고성군민이 대상이다. 부모를 따라 유치원생, 초등생, 중고생도 회원이다. 2009년 9가족 20여명으로 시작된 봉사단은 매년1월 탈퇴와 가입을 실시하면서 평균적으로 2가족 정도 탈퇴, 5~6가족이 가입했다.
 
지난 2013년에는 10가족 이상의 가입으로 인해 1기와 2기를 나눠 활동을 해오다 2015년부터 25가족으로 인원으로 제한했다. 이 가운데 박 단장 가족을 포함해 5가족이 원년 멤버다.
 
회원들은 매월 한 달에 한 번 둘째 주 토요일에 모여 봉사를 한다. 한 가족당 매달 1만원 씩 회비를 낸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고성군이 지원을 한다. 지금까지 농장 일손 돕기, 사랑의 밥차, 환경정화, 홀로 어르신 가족 맺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명랑운동회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박 단장은 2015년 외로운 할머니들에게 말벗이 되어준 봉사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한두 번 오고 말겠지’라고 생각하셨는지, 딱히 반기는 기색이 없으셨어요. 하지만 6개월 정도 꾸준히 방문해 이야기도 들어드리고, 추석 때 송편도 같이 만들고, 집수리와 나들이도 같이하니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시고 우리가 오길 기다리는 심정이 느껴지더군요”
 
할머니 중 1명은 나누미 봉사단 덕분에 영화관도 처음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처음 타보는 경험을 했다.
 
봉사활동 중에 실수도 있었다. 경험 없이 무작정 ‘사랑의 밥차’ 봉사활동에 덤벼들었을 때, 수백명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서툴러 시간 안에 많은 음식은 완성시키지 못해 배식을 받아야하는 이들이 기다리는 상황이 생겼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쉴 틈 없이 반복되는 활동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든 나머지 우스개로 ‘두 번 다시는 참여하지 말자’는 넋두리도 오갔다. 그러나 단원들은 또 다시 어느 새 수백 명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박 단장은 “이날 실수로 인해 다수를 위한 봉사활동을 계획할 때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체계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종사자들을 위해 자몽청을 만들어 전달하는 나누미 가족봉사단원들. ⓒ데일리굿뉴스

박 단장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띄엄띄엄 봉사해야 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방역 종사자들에게 자몽청을 만들어 전달하고 자가격리자들에게는 과자 등이 든 생활용품 꾸러미를 지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박 단장은 가족 단위 봉사가 아이들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돼 고성군을 떠난 아이들도 방학이 되면 내려와 봉사활동에 여전히 참여한다.
 
그는 “12년을 함께 봉사활동을 다닌 아이들이 공학도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됐다”며 “봉사는 함께하는 모두를 위로하고 돕고, 성장하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봉사단의 리더로 있는 박 단장은 “1인만 남은 원년멤버 5명의 엄마들이 뭉쳐 ‘골드레인져’라는 새로운 가족들 만들어 더 활기차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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