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80여 년 만에 목간판에서 새로운 간판을 달게된 교하교회.ⓒ데일리굿뉴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교하교회는 1945년 세워져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역을 섬겨왔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교회 간판은 허름한 목간판 하나였다. 얼마 전 작은교회 간판지원 프로젝트 1호 교회에 선정돼 새 명찰을 달게 됐다.
 
신시가지가 멀리 내다 보이는 작은 마을 교하동. 좁고 정돈되지 않은 길을 힘겹게 올라가다 보면 동산 중턱에 세워진 십자가를 볼 수 있다. 번듯한 안내표지판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자칫 길을 잘못들 수 있다.
 
마을 외진 곳에 위치한 교하교회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마켓’을 통해 생활 용품 무료나눔을  실천하거나 지인들을 초청하는 등 지역민을 섬겨왔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와야 하는데 매번 길을 물어보기 일쑤였다. 심지어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해도 큰길 까지만 안내하기도 했다.
 
1년 반 전 교하교회에 오게 된 김동은 담임목사는 부임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가 덮쳐 사역에 한계를 느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교지를 섬기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나눴다. 힘들 때는 교회가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김 목사의 목회 방침에 교인들도 공감하며 따랐다.
 
김 목사는 SNS를 통해 ‘작은교회 간판지원’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놀랍게도 간판교체 1호 교회로 선정됐단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접한 성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교회 안내판을 달기 위해 시청이나 경찰서 등 곳곳에 문의는 넣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설립된 지 80여 년 만에 목간판에서 새로운 간판을 달게된 교하교회.ⓒ데일리굿뉴스
 
교하교회에 40년간 출석해온 천경식 장로는 “수많은 의뢰를 해봤는데 거절당했다”며 “동행하는교회와 윤선디자인의 도움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교회를 꾸밀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은교회 간판지원’ 프로젝트는 경기 용인시의 동행하는교회의 재정 후원과 윤선디자인의 재능나눔으로 시작됐다. 매월 교회 1곳을 선정해 낙후된 간판을 교체해 준다. 이를 통해 목회자들이 힘든 시기 힘을 얻도록 응원하기 위해서다.
 
소식이 전해지자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개인부터 단체의 후원과 시공을 돕겠다는 곳까지 나왔다.
 
윤선디자인 정윤선 대표는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건상 한정된 교회만 도와드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교하교회의 경우 서울의 모 교회를 통한 후원 덕분에 교육관 간판과 시트지 작업까지 할 수 있었고, 교회로 들어오는 길목에 안내표지판을 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하교회 간판을 작업한 은디자인 박수영 대표는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좋고 많은 것을 도와드리려고 한다”며 “교회 분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더 뿌듯하다”고 밝혔다.

교하교회가 세워진 언덕은 나뉜 두 동네를 잇는 지름길이다. 해가 떨어지면 어두운 길이지만 앞으로는 교회 간판이 밝게 비춰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목사는 “받은 은혜를 누리지만 말고 흘려보내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간판을 허락하신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웃을 더 많이 섬기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베풀자는 마음으로 지역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차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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