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판정으로 결국 생을 마감한 69세 여성이 마지막까지 시각장애 환자들을 위해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고(故) 최희자(69)씨의 빈소에 ‘당신의 사랑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문구의 근조기가 보인다.(사진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어머니가 꽃을 참 좋아했어요. 어머니의 각막을 이식받은 분들이 눈을 떠서 만개하는 봄꽃을 마음껏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2일 저녁 7시 30분, 고인의 딸인 이 모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모친의 부고를 알리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평소 희망하던 장기기증을 이뤄주고자 딸이 전화를 건 것이다.

같은 날 저녁 9시 30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故 최희자 씨(69)의 바람대로 각막 기증이 이루어졌다. 최 씨는 세상을 떠나던 당일 오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최 씨의 두 각막은 두 명의 시각장애인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됐다. 

딸 이 씨는 "어머니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 각막기증으로 세상에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 봉사…'장기 기증'으로 빛 선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이 같은 최 씨의 각막 기증을 사연을 지난 2일 소개했다. 본부 측은 최 씨를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따뜻한 사람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故 최희자 씨는 지난 10년 간 초등학교에서 보안관으로 일했다. 틈틈이 복지시설 목욕 봉사, 농촌 일손돕기는 물론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픈 환자들을 보살피며 봉사에 매진했다. 그런 그에게 교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최 씨는 6개월 전,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암 진단과 함께 수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딸 이 씨와 마지막 추억을 쌓던 어느 날 최 씨는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씨는 "평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어머니가 장기기증을 통해 마지막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기증 의사를 밝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 씨는 딸의 도움을 받아 지난 3월 22일 오전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고, 같은 날 저녁 7시, 최 씨는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눈을 감았다. 

최 씨의 가족들은 "시신 훼손에 대한 막연한 염려가 있었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고, 각막기증 후 어머니는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계셨다"며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뿌듯했고 저와 남편, 남동생까지 모두 각막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코로나 19라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각막 기증이라는 숭고한 결정을 내려준 기증인과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며 "각막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해 준 기증인의 사랑을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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