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시설과 학교가 몰려있는 경기도 용인의 한 인근 상가에 '리얼돌' 체험업소가 문을 열어 학부모들과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다음 세대 조기 성애화, 인격의 성적 도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월 10일 용인시 시민청원에는 리얼돌 체험업소의 인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사진은 13일 오후 4시 30분 기준(사진=두드림 갈무리)

지난 10일 용인시 시민청원 사이트 '두드림'에는 '청소년 위해 시설 리얼돌 체험관 인허가 취소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리얼돌 체험관 반경 500m 이내에 11개 유치원 및 어린이집, 3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가 있으며, 수천 명의 학생이 인근 학원과 병원 등 상업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며 해당 시설을 반대했다. 13일 오후 3시 기준 3만 4천여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자가 지적한 리얼돌 체험업소는 용인시 기흥구청 인근 상가 2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으로, 지난 10일 간판을 달고 1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해당 업소 주인은 "불법 시설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4천여만 원을 투자해 영업을 시작했지만 반대 여론이 심해 장사가 어렵다"며 문을 닫겠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돌 업소, 규제할 법적 근거 불충분

'리얼돌'은 사람의 신체를 실제처럼 본떠 만든 인형이다. 관상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나 주로 개인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자위기구로 이용된다. 이 리얼돌을 빌려주고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리얼돌 체험업소다. 리얼돌 체험카페, 리얼돌 체험방으로도 불린다.

리얼돌 체험 업소는 일반 성인용품점에 해당한다. 성인용품점은 지자체의 인허가나 영업증 없이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들 장소를 따로 규제할 법적인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 리얼돌의 경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 걸릴 수 있는 부분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하여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시한 시설(성 기구 취급 업소)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200m 이상 떨어져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리만 지키면 규제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여성의 모습과 신체를 실제처럼 본떠 만든 리얼돌(사진제공=연합뉴스)

학부모 "아이들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 우려

2019년 6월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리얼돌 판매가 증가했다. 유튜브에서는 개인이 체험 후기를 남기는 형식의 영상이 등장했다. 곳곳에 리얼돌 체험업소가 수백 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리얼돌 체험 업체들이 입간판을 세우거나 전단지 등을 돌리는 경우도 포착됐다.

이렇다 보니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단지 앞에 리얼돌 체험방이 들어섰는데 아이들이 물으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전단이 곳곳에 붙어있는 곳도 있다"며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자"는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의 불건전한 가치관 형성이나 조기 성애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용인시 학부모 김경진 씨(39)는 "리얼돌이 보편화 되고 체험방이 우후죽순으로 늘게 되면 성이나 인격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잘못된 가치관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로 인해 성범죄가 늘고, 아이들은 가지지 않아도 될 성적인 호기심과 자극을 부추길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른다. 샘병원 박상은 미션원장은 "여성이나 남성을 성 상품화한 리얼돌은 사람의 인격을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간주해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이란 논문에서 여성의 모습을 한 리얼돌의 문제점을 들췄다.

윤 교수는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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