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가 도무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현지 선교사들의 안전이 위태롭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자칫하면 한인들까지 검열이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선교사들의 귀국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얀마 양곤에서 군인들이 최루탄을 발사하자 시위대가 피하고 있다. 최근 군경 이탈이 늘자 미얀마 군부는 진압과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사진제공=연합뉴스)

KWMA는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CTS 건물 3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사태 및 선교 현황을 알렸다. 이 자리에 미얀마한인선교회(미선회) 회장과 GMS(예장합동 총회 세계선교회) 미얀마 선교사회 회장도 참석해 현지 상황을 전했다.

KWMA 측은 "미얀마 사태가 더 심각해질 뿐만 아니라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얀마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사태 장기화에 신변 위협 가중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까지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700명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군부는 검열과 통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민간인의 집에 들이닥쳐 휴대전화나 집안 곳곳의 시위 가담 흔적을 검열하고, 군경의 가족들까지 밤낮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선교사들은 거리에서 들리는 총소리로 외출은 물론 신변까지 위협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선회 측에 따르면 현지 한 선교사는 집에 들이닥친 군경으로부터 휴대전화를 검열당했다. 군부는 민주화 시위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가졌는지, SNS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는 지 등을 검열했다. 한인 중에서는 귀가 시간이 늦어 군인에게 하루를 꼬박 붙잡힌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회나 교육기관, 심방 등 선교 사역도 극히 제한된 상태다. 현지인에게 가장 필요한 구제 사역 마저 어렵다. 군부가 구제 사역을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도움을 주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구제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군경의 감시나 공격의 대상이 된다. 자칫하면 다른 한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어 우려가 높다.

지역 행정 시스템은 물론 교육과 금융까지 마비된 탓에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동장, 통장, 반장 등 지역 관리들의 부재로 행정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 은행원, 교사 등 CDM에 가담하는 사람이 늘면서 은행과 학교는 거의 문을 닫았다. 현금도 ATM기기에서 하루에 한화로 16만여 원씩만 인출할 수 있다.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서 보안 전문가와 기계를 들여와 SNS와 유튜브, 카톡 등 메신저를 검열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선교사들은 전했다. 일반 시민들을 불시 검사하거나 가가호호 급습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검사하고 있다. 와이파이 사용 또한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선교사 철수 불가피…한국 교회 협조 절실"

이런 상황에서 서구 선교단체들은 이미 자국 선교사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3일 미얀마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미얀마 입국을 취소, 연기하고, 현지 체류 중인 국민은 긴요한 용무가 아닌 이상 귀국해달라는 권고다.

일부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 파송 교회 중에는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철수를 권하는 곳도 생겼다. 그러나 선교사 다수는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교사는 어려워도 사역지에 끝까지 남아야 한다'는 인식이나 귀국 후 후원 중단, 기약 없는 사역지 복귀 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선회는 코로나19 이후부터 이달 13일까지 현지 선교사 223가정 중 일부가 여러 이유로 귀국했으며, 현재 현지에는 100여 가정, 약 167명의 선교사가 남아있다고 집계했다.

KWMA 측은 "미얀마 사태가 매우 심각하고,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기에 선교사들이 철수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으로 보인다"며 한국 교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KWMA에서는 지난 3월 18일 공문을 통해 KWMA 회원단체에 선교사 긴급 철수 시 한국 내 자가격리 시설 마련을 위한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철수해도 미얀마 사역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선교본부나 파송 교회가 함께 기도하며 방법을 마련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선교사회 대표들은 "선교사들은 하루속히 나라가 정상화 되고 미얀마에서 온전히 복음 사역을 감당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미얀마와 선교사들을 향한 기도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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