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청함교회’ 사역은 조금 특별하다. 매 주일 예배에서 음성과 함께 수어로 말씀을 전하기 때문이다. 성도의 절반 가까이는 청각장애를 가진 농아인이다. 이름도 ‘청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의 앞 글자에서 따왔다.
 
▲청함교회 모상근 목사가 수어로 설교를 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청각장애인 위한 수어 설교와 찬양

설교를 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청함교회 모상근 담임목사다. 그는 어떻게 처음 수어를 배우게 됐을까. 모 목사는20대 초반 우연히 길을 가다가 아주대학교 수화동아리 ‘호롱불’ 공연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소리가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귀를 막아도 수어를 하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 처음으로 어렴풋이 수화를 배워서 청각장애인에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모 목사는 대학교에 들어가 수화동아리부터 찾았지만, 수화를 배울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래서 독학으로 수화를 배우고 대학교에서는 직접 수화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입대를 하면서도 수화책을 들고 갈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신학대학원에 들어간 후에는 농인 전도사의 수업을 통역했다.

그러다 1999년 서소문에 위치한 평안교회에서 부름을 받아 농아부를 섬기게 됐다. 이 곳에서 11년간 농아부 사역을 했다. 교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며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그러다 청인과 청각장애인이 함께하는 교회를 꿈꾸며 2010년 청함교회를 개척하게 됐다. 그리고 그 때부터 청인과 농인 모두를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청함교회는 교인 모두가 수화로 대화를 할 수 있다. 1/3은 건강한 청력을 가진 건청인이다. 이들은 청각장애나 언어장애가 없어도 교회에 와서 수어를 배워 정착했다. 이 때문에 수어로 설교부터 사회, 기도 등을 할 수 있고, 자유롭게 교인끼리 소통도 가능하다.

청인과 청각장애인 모두를 위한 교회가 된 데는 모 목사의 확고한 뜻이 있어서다. 청함교회는 청각장애인도 똑같은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는 기치 아래서 출발했다. 농아부가 따로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벽이 생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청함교회는 다른 교회나 단체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자비량 목회를 하기 때문이다. 모 목사는 안양대학교에서 2000년부터 21년간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총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한국수어교원전공 강의도 2016년부터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사역에 헌신하고자 하는 신학생을 훈련시켜 농아사역자로 파송하기 위해서다.

이 뿐만 아니라 모 목사는 MBC 뉴스의 수화통역을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재정적 자립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필리핀 선교도 하고 있다. 매년 필리핀으로 비전트립을 가며 필리핀의 청각장애인을 섬기고 있다.

모 목사의 바람은 복음으로 청각장애인을 양육하며, 청각장애인을 섬길 사역자를 훈련하는 것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농아인을 위한 교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청각장애인을 섬길 사역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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