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권정근·외무성 대변인 연속 담화 발표.(사진출처=연합뉴스)

북한이 2일 담화 3건을 연이어 내며 미국의 대북정책과 남한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동시에 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5월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과 전략을 조율하려는 상황에서 대남·대미 비난으로 긴장을 조성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연속 담화의 시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열었다. 김 부부장은 한국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한다면서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에서 대북전단을 날렸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어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마지막 북미 실무협상의 차석대표였던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밝힌 대북 입장을 비난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했는데 권 국장은 이 발언을 "대단히 큰 실수"로 규정했다.

이들 담화는 미국이 검토를 완료했다고 바로 전날 밝힌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미국의 행동에 대응 수위를 맞추겠다는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밝힌 뒤 대북정책 검토를 지켜봤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윤곽으로는 대화에 나서더라도 북한의 요구를 관철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미국이 대북정책에 대해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선(先)적대정책철회를 기대할만한 내용은 아직 없다.

다만 미국이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고강도 도발로 직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향후 미국의 대응을 주시하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진수식 등 수위를 단계별로 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외무상이나 외무성 부상보다 급이 낮은 외무성 대변인 및 미국 담당 국장 명의 담화로 대미 비난 수위를 조절하고, 이들 담화를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게재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반면 김여정 담화의 경우 노동신문에 공개한데다 북한이 지난해 6월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경고를 실행한 전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남측에 대해서는 강력한 압박조치가 뒤따를 수도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3월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및 관련 기구 폐지,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등이 거론된다. 조속한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는 한국 정부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 개정 법률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취지에 부합되게 확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으로 출발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런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새 대북정책 이행 등 북한을 대화로 이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의 노력에 대한 북측의 긍정적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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