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할 가족정책의 근간이 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내놓았다. 가족 형태의 다변화와 개인 권리에 대한 관심 증대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가족정책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 개념과 역할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정책을 성급히 추진해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
가족범위 확대, 부성 우선 폐기
동성애도 사실혼으로 인정 우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여성가족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전통적 가족 제도에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우선 법률상 가족의 범위가 넓어진다. 동거 및 사실혼 가정, 노인 동거, 학대아동 위탁가정 등도 가족에 포함된다. 부성(父姓) 우선 원칙을 폐기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은 결혼과 혈연, 입양에 의한 가족만 인정하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은 사실상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 기존 가족제도의 틀을 완전히 바꾸겠단 의도로 읽힌다. 

문제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 부부 등 ‘법적 가족’의 범주를 확대할 시 야기될 사회적 혼란이다. 가족 개념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홍익대 법대 음선필 교수는 “법적 가족 범위 확대 정책은 규범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다양한 인적 결합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족 개념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가족 관련 가치체계와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종교계는 이미 우려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특히 이번 계획안이 동성애와 동성 결혼 인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상당하다. 

교계 최대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은 “현재 발의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보면 가족의 구성 방식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규정한 현행 건강기본법에 ‘사실혼’을 추가해 비혼·동거 가정도 가족 범주에 시키려한다”며 “이 법이 여가부의 의도대로 개정되면 동성 동거자는 사실혼 관계로 해석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동성애로 이해되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을 법적 가족 개념에 포함하는 것은 평생을 건 부부의 일치와 사랑, 그리고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가족정책이 자칫 세대나 젠더 갈등으로 비하될까 우려하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가족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률혼 관계와 부계 중심으로 제도화된 사회망을 바꾸는 일도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는 정책 추진이 불러올 파장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바른인권여성연합 전문위원장 연취현 변호사는 “사회적 요구에 급속도로 법이 따라가다 보면 가족 질서의 혼란을 초래하고 건강한 가정까지도 해체되는 사태로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지원하는 것은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며 “가정의 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최근의 여러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경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