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 중·고등학교 2020년 학업성취도 분석을 통한 코로나 학력격차 실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치러진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의 1~3학년 응시인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040명에서 올해 5400명으로 33.7% 늘어났다. 학부모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녀의 학력 저하를 우려해 사설시험을 찾는 것이다.
 
특히 응시인원 중 초등학교 저학년 응시자가 유독 많아졌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초등 저학년 아이의 학습 능력을 점검하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설시험에 학부모가 몰리는 까닭은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릴 때부터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진보 교육단체 반발에 밀려 2017년 이후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지필 시험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원격수업으로는 기초 학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받은 것은 마찬가지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6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3년간 전국 8개 시도에서 표본으로 선정한 중·고교 1,259곳의 수학 학업성취도 분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20학년도 1학기 수학 중위권 학생이 2019년 1학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학교에서의 중위권 감소가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 중학교들은 2019년 1학기 중위권 감소 비율이 51.4%였으나 2020년 1학기에는 75.9%로 크게 늘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2019년 1학기에는 53.9%, 2020년 1학기에는 66.1%였다.
 
중학교는 중위권의 감소로 학력 양극화가 심화됐지만 조사 대상 중학교의 66.2%에서 상위권이 전년보다 더 많아지는 고무적인 결과도 보였다. 반면 고등학교에서는 상위권이 증가하지 않고 고등학교의 66.4%에서 하위권이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학부모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올해 초등학생 회원 수도 전년 대비 약 10%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최근 몇 년간 역성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승세로 학부모들이 학력 저하에 대한 답안으로 사교육을 선택한 것으로 예상 가능하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교육부는 “관할 초·중·고에서 기초 학력 진단을 실시하라”고 3월 권고했다. 하지만 서울 대부분 초등학교는 지필 시험 대신 심리정서검사, 학생 상담 등을 시행했다. 심지어 그 결과조차 학부모와 학생에게만 전달되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임수현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은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만 있을 뿐 데이터가 부족해 학생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력 격차가 더 커지기 전에 교육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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