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남측의 국민청원과 유사한 '신소·청원제도'를 적극 활용해 간부 기강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PG)(사진 출처=연합뉴스)

7일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 김경현 부교수는 대학 사이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소·청원제도는 가장 인민적인 신소·청원제도'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판 신문고 제도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신소는 주민들이 국가기관 및 공무원들의 부당한 행위로 권리가 침해됐을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며, 청원은 기관이나 공무원의 사업 개선을 위한 건의의 성격을 띤다.

사실상 주민들이 간부들의 부정부패나 '갑질' 등의 행위를 '고발'하는 데 방점을 둔 '현대판 신문고' 제도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고발시스템에 대해 "과도적 사회인 사회주의 사회에서 낡은 사상 잔재에 물 젖거나 실무수준이 낮은 개별적 일꾼들의 관료주의적 사업작풍과 법에 대한 그릇된 해석 적용으로 인해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과 불합리한 질서가 일부 존재할 수 있다"며 "이런 위법적이며 불합리한 요소들은 비록 작은 것이라도 공민들의 사업과 생활에 지장을 주게 된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생겨난 '국민청원제도'와 유사하지만, 청와대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에 공식 답변을 하는 방식과 달리 북한에서는 접수된 신소나 청원을 모두 처리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사소한 민원이라도 관계 당국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신소·청원 묵살 및 부당처리죄'에 따라 형사적·행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주민들이 간부의 보복을 두려워해 고발을 주저하거나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처리 과정에서 철저한 비밀을 보장한다.

김 교수는 "인민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아무 때나 신소·청원을 할 수 있으며 서면으로 할 수도 있고 구두로 할 수도 있으며 그 어떤 내용에 대해서도 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런 고발시스템은 1998년 '신소·청원법' 제정으로 처음 등장했지만 최근 김정은 정권이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 특권의식과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척결 의지를 다지면서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그전까지 재정·회계감사만 담당했던 당 중앙검사위에 검열위원회 기능을 흡수시켜 규율 위반 감사와 신소·청원 문제를 관장하게 했다.

또 그 집행을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전문 부서로 규율조사부를 설치하고, 이를 각 도와 시·군 당위원회에도 확대해 간부 및 당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서 김정은 정권은 2018년 말부터 '부패와 전쟁'을 선포하고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조사·척결하는가 하면 간부들이 대중 위에 군림하면서 깔보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감시와 통제에 나섰는데, 신소·청원 제도의 활성화는 강력한 수단이 된 셈이다.

[조유현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