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통일부에서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수는 약 3만 5,000명. 이 가운데 북한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겠다는 사명으로 목회자의 꿈을 꾸고 있는 탈북 신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학업은 물론이고, 졸업한 후에는 사역지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0여 명의 국내 탈북 신학생들이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학업과 사역에 어려움을 겪고있다.ⓒ데일리굿뉴스

언어·문화적 차이로 학업에 어려움 느껴

국내 주요 교단 소속 신학대학원에 따르면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에 9명, 총회신학대학교에 5명, 서울신학대학교에 4명, 감리교신학대학교에 2명의 탈북 신학생이 재학중이다. 다른 신학교와 휴학생들까지 더하면 국내 탈북 신학생 수는 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에서 성경조차 접해본 적 없던 이들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학문 특성상 히브리어와 헬라어 등 생소한 언어를 배워야하기 때문에 수업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탈북 신학생 A씨는 "북한에서는 세계 역사에 대한 관심도 없고 오직 김일성에 대해서만 배웠다"며 "초대교회사와 같은 역사를 공부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어떤 교수님은 칼빈이라고 하고, 다른 교수님은 칼뱅이라고 해서 헷갈렸다"며 "내용은 똑같은데 이름이 달라서 질문한 적도 있었다"고 답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1년반 가까이 계속된 비대면 수업은 탈북 신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 또다른 장애물이 됐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탈북 신학생들과 남한 신학생들의 교류가 적어진 것이다.
 
총신대학교 평화통일개발대학원 하광민 교수는 "탈북 신학생들이 신대원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자산이 남한 신학생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남한교회를 깊이 알아가는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서로 간의 교류가 없어졌다"고 우려했다.
 
탈북 신학생 B씨도 "대면 수업을 할 때는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교제할 수 있었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교제가 사라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졸업 이후 사역지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신대원을 졸업한 이후에는 다른 어려움이 찾아온다. 탈북 신학생들이 사역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신대원에 다니면서부터 교육전도사로 사역할 수 있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북한 사역 등 일부 특수 사역을 제외하곤 탈북 신학생을 찾는 교회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탈북 신학생들은 사역지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사역지를 찾지 못해 대안 중 하나로 개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탈북 신학생 C씨는 "교회 40군데에 지원을 했었는데 연락 온 곳은 1~2군데 밖에 없었다"며 "그 마저도 거리가 너무 멀고 학교 공부와 병행하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탄식했다.
 
이어 "학교는 북한이탈주민 전형이 따로 있어서 공부하고 졸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 사역지로 연결되는 것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광민 교수는 탈북 신학생들이 통일 이후 북한에 교회를 세우는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한국교회가 협력하여 미래에 북한 교회를 세우는 예비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우리가 북한 사람들에게 갖고 있는 생각들이나 오해가 많은데 열린 마음으로 함께 교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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