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해외 단체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한해 이르면 7월부터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사진출처=연합뉴스)

접종자 7월 해외 단체여행 허용
현지감염 등 국내 재확산 우려
방역 강화…편수·입국 규모 제한


정부는 지난 9일 방역 신뢰 국가와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협정 추진을 예고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단체여행에 한해 방역 우수 국가에 대한 격리 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이다.

트래블 버블 대상 후보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는 데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과 항공·여행 업계가 입고 있는 심각한 타격을 고려한 조치다. 국내 백신 접종에도 속도가 붙어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해외여행 허용에 힘을 실었다.

방역 조치 완화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지만 일각에선 이를 계기로 자칫 방역 경계심 해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기준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1,183만381명으로 전체 인구의 23.0%에 불과하다. 고령층 위주로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집단 면역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여전히 500~600명대를 오르내리며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고 해외 유입 변이 바이러스도 꾸준히 퍼지는 국면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하루 500∼600명 규모의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데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늘고 있다"며 "아직은 예방접종 규모가 유행을 축소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아 자칫 방심하면 유행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민의 60%가량 백신 접종이 이뤄졌던 영국에서도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해 최근 감염자가 다시 늘어났다. 지난달 2,000명대에 머물렀던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8,000명대까지 뛰어올랐다. 2차 접종까지 마쳤어도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는 아직 없다"며 "섣부른 개방은 오히려 화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우선 상대국과 트래블 버블 주요 내용을 미리 합의하고, 추후 방역상황을 고려해 방역 당국과 협의 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운항 편수도 주 1∼2회 정도로 제한하고, 방역상황이 안정될 경우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또 트래블 버블 이용이 가능한 공항은 인천공항과 상대국의 특정 공항으로 제한하고, 향후 양국 간 협의에 따라 공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항공은 한국 및 상대국 국적사 직항편만을 이용하게 된다.

출입국 과정에서의 방역 관리도 더 강화된다.  출국 전 한국 또는 상대국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 트래블 버블 체결 국가로 출국하기 전 최소 14일 동안 한국 또는 상대국에 체류해야 한다. 방역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다른 나라를 방문한 뒤 입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출발 3일 이내 코로나 음성 확인이 필요하다. 도착 후에는 예방접종증명서 확인과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며, 음성으로 확인돼야 격리면제와 단체여행이 허용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해외유입 변이 바이러스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막아내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방역 상황, 신뢰할 수 있는 예방접종증명서 등을 갖춘 국가를 중심으로 트래블 버블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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