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태풍에 대비해 사고 위험이 있는 '교회 첨탑'의 철거비용을 지원하겠다며 전수조사에 나섰다. 특정 종교 특혜 논란까지 지적되고 있어 교회가 도움을 받는 것 같지만 서울시는 십자가를 철거할 뿐 재설치에 대한 지원 계획은 없는 상태다. 
 
 ▲서울시가 교회 7,900여 곳을 대상으로 '교회 첨탑'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데일리굿뉴스 


교회만 강풍취약시설로 분류 논란
'교회 첨탑' 철거 지원...재설치 계획 無

지난 13일 서울시는 서울 소재 교회 7,919곳을 대상으로 교회 첨탑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와 합동 안전 점검을 거쳐 위험 등급을 받은 교회 첨탑에 대해서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해 철거를 유도할 계획이다.
 
평가 등급은 건축물관리법의 건축물 정기점검 매뉴얼에 따라 A~E로 구분된다. 점검결과 D, E등급에 해당되는 교회 첨탑에는 철거 등 시정명령이 내려진다. 상가에 있는 소규모 교회 첨탑은 철거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본격적인 태풍 시즌을 앞두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노후, 방치된 '교회 첨탑'을 점검하고, 철거비를 지원해 철거를 적극 유도하겠다"며 "처음 서울시에서 철거 지원을 실시하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와 신청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특정 종교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한 언론은 "교회 첨탑 철거 지원 사업이 개신교계의 종교탄압 논리와 같은 몽니에 행정당국이 굴복한 것이 아니냐"며 "문화체육관광부 종교차별신고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교회 첨탑을 제거할 뿐 재설치에 대한 계획은 없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첨탑 철거 이후 재설치할 경우에는 4m 이상이면 구청에 신고해야 하고, 재설치에 대해서 지원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또 교회만 강풍에 취약한 시설로 분류해 철거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 사례는 약 1,8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교회 첨탑 붕괴는 2건에 불과했다. 건물 외벽이 붕괴되고 지붕과 간판이 쓰러지는 등의 피해가 대다수였다.
 
지난 16일에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실외골프장 구조물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강풍에 취약한 다른 시설물에 대한 조사나 철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회 첨탑에 집중을 해서 점검할 예정이고 골프장에 대해 조사할 계획은 없다"며 "골프장은 돈이 많고 영업하는 데 능력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설치에 대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 등급을 낮게 받을 경우 교회 십자가가 철거될 위기에 처한 목회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쁨의교회 박재섭 목사는 "태풍 때문에 위험해서 철거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재설치하는 것도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며 "각 교회의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행복한교회 조정준 목사는 "교회의 십자가는 단순한 광고 효과를 넘어서 한국에 복음이 들어왔다는 증거"라며 "정부의 철거 사업이 기독교 탄압의 의미라면 단순하게 몇 사람들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교회의 연합체나 지도자 측에서 정부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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