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새 빛을 선물한 故 유종숙 씨의 모습 (사진=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최근 몇 년 새 각막 기증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시각장애인에게 새 빛을 선물한 각막 기증자의 사연이 공개돼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가 지난 20일 故 유종숙 권사(76, 여)의 각막 기증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유 권사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금성교회(담임 김태인 목사)에 35년간 출석하며 평소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 2018년에는 교회에서 진행된 생명나눔예배를 통해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지난 4월 췌장암을 진단받은 유 권사는 둘째 딸 강은주 씨(48)를 불러 각막 기증을 당부하는 유서를 건넸다.

유서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새 빛이 되어준다면,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 손녀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유 권사의 유언이 담겼다.

유 권사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장애를 가진 손녀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꿈꾸며, 자신이 먼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유 권사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눈을 감는 순간, 고인의 뜻을 받들어 각막 기증에 동의했다. 이번 각막 기증은 강 씨가 어머니의 각막 기증 의사를 전하기 위해 본부로 연락하면서 진행될 수 있었다. 
 
강 씨는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각막 기증에 대한 의사를 확고히 밝히셨다"며 "평소 베푸는 것이 삶의 미덕이라 여기실 만큼 이타적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각막적출은 서울성모병원을 통해 진행됐다. 유 권사의 기증을 통해 2명의 시각장애인이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고인의 작고 소식을 들은 금성교회 김태인 목사는 "유 권사는 큰 어른으로서 언제나 교회의 중심이 되어주는 분"이었다며 "떠나는 순간까지 각막 기증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신 모습은 많은 교인에게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장기기증 박진탁 이사장 역시 "유 권사의 각막 기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환자와 가족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으리라 생각된다"며 고인에 대한 애도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지난 2020년 뇌사자를 포함해 사후 각막 기증을 실천한 이는 144명이었다. 지난해 연간 사망자가 30만 5,127명인 점을 고려하면 0.05%도 안 되는 사람만이 각막 기증을 실천한 것이다.
 
각막 기증자는 2016년 293명, 2017년 203명, 2018년 173명, 2019년 163명, 2020년 144명으로 최근 5년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2019년 8만 5,601건의 각막 기증이 이뤄진 것과는 대조된다.

[천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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