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한 강채영, 장민희, 안산이 시상대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공정과 원칙.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신궁(神弓) 코리아’의 위업은 금메달을 안겨준 기쁨, 그 이상의 의미를 선사했다. 한국 사회에 공정의 가치를 일깨운 쾌거란 찬사가 나온다. 
 
한국 여자양궁의 올림픽 9연패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자양궁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대위업이다. 올림픽 종목을 통틀어 미국의 수영 남자 400m 혼계영과 케냐의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다.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을 굳건히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정경쟁과 실력주의 선발은 한국 양궁이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꼽힌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원칙을 고수한 대한양궁협회의 뚝심은 실제로 여자 단체전을 ‘33년 동안 무적’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양궁협회는 매년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바탕으로 실력중심 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대표팀을 꾸린다. 지연, 학연 등 파벌은 철저히 배제하고 현재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다. 과거 경력과 경험 등 정성평가가 아닌 철저히 결과만 반영한 정량평가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다.   

올림픽이 코로나19로 미뤄진 탓에 양궁협회는 다시 대표 선발전을 치렀고 지금의 대표팀을 완성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2021년을 기준으로 최고 기량의 선수를 대표로 선발한다는 원칙을 우선시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선발 제도도 바꿨다. 

협회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대표를 뽑기 위해 6개월 동안 총 5차례 선발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3차례의 평가전으로 남녀 각 8명을 뽑았고, 선수촌에서 합숙훈련하며 다시 2차례의 평가전으로 각 3명을 최종 선발했다. 과거 기존 대표 선수는 1,2차전을 면제해줬지만 이번엔 그런 특혜를 아예 없앴다. 

협회는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최고 기량의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1,2차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이 있지만 대회가 연기됐기 때문에 해당 년도에 맞춰 대표 선발을 다시 했다”고 밝혔다.

대표로 발탁된 선수들이 선발전에서 쏜 화살만 1인당 2,500발에 달한다. 매일 300발씩 1년에 10만 발을 쏜 선수도 있다. 자연스레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력만으로 평가받는다는 믿음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고, 공정경쟁 체제는 좋은 선수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20대 초중반의 강채영(25), 장민희(22), 안산(20)이 선발돼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이유다. ‘올림픽 루키’로 떠오른 안산도 대표팀의 성적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공정한 선발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혼성 경기에서도 원칙 주의는 빛났다. 올림픽에 처음 도입되는 종목이기에 대회 경험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협회는 경기력만을 보기로 했고 남녀 개인전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막내지만 예선에서 남녀 각각 1위를 차지한 김제덕(17)과 안산이 기회를 잡았다. 경험 부족이라는 불안도 있었지만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협회의 원칙주의가 옳았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권력 다툼과 편 가르기 등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 한국 양궁은 ‘공정의 가치’를 확인시켰단 평가다. 양궁의 원칙과 공정성이 새삼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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