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황나란 씨 ⓒ데일리굿뉴스
‘주말에 남편과 나들이를 갑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황나란 씨(44) 컴퓨터에서는 미숙한 한국어 발음이 흘러나온다.

목소리 주인공은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 외국인 이주민을 상대로 진행하는 한국어 수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풍경이다.

‘반만년 역사의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의 긍지는 더 이상 한민족을 설명하는 특징이 되지 못하게 됐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는 대략 198만 여명(한국계 포함)에 달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도 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정착 외국인들과 다문화 가정의 수가 증가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주민들이 늘고 있다.

한국어 선생님인 황씨는 2016년부터 취약계층 외국인을 상대로 수업하고 있다.

“21살 국문과 편입을 준비하던 중 예수님을 만나면서 선교에 대한 마음을 품었던 저는 경기도 양평의 아세아연합신학대학에 편입했습니다. 당시 경기도 광주의 외국인노동자쉼터에서 활동하는 지인의 요청으로 주말마다 그곳에 가게 됐죠. 그곳에서 동남아 및 중동 쪽 친구들을 만나 생활하며 한국어도 공부하게 된 것이 오늘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2019년 캄보디아에서 한국문화의 날 행사장에서황나란 씨(왼쪽에서 두 번째). ⓒ데일리굿뉴스

이를 계기로 결국 1년간 공부해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했고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황 씨가 한국어교원자격증을 딴 이유는 자신의 외국어 서투른 만큼 선교지로 가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어 강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됐고, 결국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황 씨는 “법률, 의료 등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이주민들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었다”며 “외국인이 타지에서 잘 지내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필수적으로 요소가 언어”라고 말했다.

현재 초급반을 담당하는 황 씨의 학생은 주로 20∼30대로 직업은 다양하다. 국제결혼을 한 주부부터 외국인 근로자까지 모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하다.

황씨는 “일을 마친 뒤 피곤함에 못 이겨 졸면서 수업을 듣는 외국인 노동자 학생을 볼 때면 안타깝다”며 “그래도 열심히 따라와 주며 공부할 때면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수업을 마친 뒤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고국에 돌아가서도 황 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연락하는 학생도 있다. 황 씨는 “네팔 국적 학생이 결혼한다고 해 아내에게 화장품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후 꾸준히 연락하며 네팔로 귀화하라며 권유한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또 “열정이 넘치던 베트남 여성도 고국으로 돌아간 뒤 SNS를 통해 안부를 묻는다”며 자랑(?)했다.
 
 ▲지난 2019년 캄보디아 바탐방대학 한국어학과 장학기금 마련 바자회 행사장의 모습. ⓒ데일리굿뉴스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황 씨의 열망은 외국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7년 10월 코이카 활동으로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간 황 씨는 바탐방 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황 씨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장학회를 만들고, 코로나19 사태로 조기 귀국했을 때는 화상 수업을 진행했다.

황씨는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장학회를 마련했다”며 “2018년 캄보디아에서 활동한지 1년 정도 됐을 때 지인이 건넨 장학금 550달러가 씨앗이 됐다. 후원액이 많지 않다 보니 대학원 선배가 학부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품지 않길 당부했다. 그는 “오히려 외국인들 당장 돈이 없어서 어려울 뿐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계층도 많다”며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 문제가 사회 공론화돼 앞으로 긍정적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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