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미 카리브해에 있는 아이티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하며 많은 피해가 났다.(아이티 한인선교사협의회 김월림 회장 제공)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어요.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코로나까지 겹쳐 구호단체들이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이티 한인선교사협의회 김월림 회장은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티 지진 피해 소식을 알리며 안타까워했다. 

리히터 규모 7.2의 지진이 강타한 지 보름이 지났으나 아이티의 복구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까지 약 2,100 명이 숨지고 1만 2,000 명 넘게 다쳤다. 300여 명은 실종된 상태다.     

지진으로 완전히 부서지거나 망가진 집이 13만 채가 넘는다. 기약 없는 천막생활을 하는 이재민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김 회장은 "지진이 발생한 곳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 프랭스에서 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열악한 시골 지역이라 구호 물자가 제때 도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지만 구호물품이 아이티 남서부의 지진 피해자들 손에 전달되는 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양도 충분치 않다는 게 김 회장의 얘기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던 당시 현지에 와 정착한 김 회장은 “그때보다 지금이 여러모로 상황이 더 안 좋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과 의회 임기 종료 등으로 정부 기능이 사살상 마비된 데다 치안이 부실해 범죄가 횡행하고, 수도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산사태로 막혔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지역 내 교회만 200여 곳이 완파된 상탭니다. 학교나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나무 막대와 방수포, 비닐 등으로 만들어 놓은 엉성한 천막에서 지내고 있어요.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어 도움이 시급합니다.”

김 회장은 아이티에서 사역 중인 10여 명의 한인 선교사와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오전 5시쯤 출발해 6~7시간을 이동해야 현장에 도착, 밤 10시 집으로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이다. 

그는 “선교사들끼리 십시일반 재정을 모아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현지 교회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긴급구호 활동은 며칠 내로 마치고 아이티 재건을 돕는데 힘쓰려 한다”고 말했다. 

아이티를 향한 김 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 2010년 1월 12일, 30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 대지진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김 회장은 지진이 발생하고 며칠 뒤 가장 먼저 긴급구호팀의 일원으로 현장에 달려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지에서 긴급구호와 의료지원, 난민촌 어린이 교육과 설립 등 난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 해외봉사상’ 민간 부문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소속 NGO ‘써빙프렌즈’의 아이티 지부장도 역임 중이다. 

“살기로 하고 아이티에 갔을 때 할리우드 전쟁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살면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하던 잔잔한 행복, 작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배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인생을 지극히 작은 자들, 내가 돌 수 있는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내가 가장 기뻐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모두가 어려운 시기,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축복을 모두가 함께 누리게 되길 김 회장은 바랐다. 특히 절망의 땅인 ‘아이티’에 희망이 찾아오길 함께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다들 아이티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 땅이라고 말한다”며 “오랫동안 자연재해와 열악한 환경에 놓이며 두려움이라는 이슈를 늘 안고 있다. 아이티가 ‘평화의 땅, 축복의 땅’이 되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기도로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김월림 회장과 아이티 어린이들.(김월림 회장 제공)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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