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영업을 종료한 서울극장(서울극장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극장 문 닫아
OTT, 비대면 등으로 입지 좁아져
 
90년대까지 영화 부흥기를 이끌었던 극장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소규모 독립극장의 경우 존폐 위기에 놓였다.

종로를 대표하는 서울극장이 지난달 31일 마지막 상영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합동영화사는 “코로나 19 여파로 4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며 “유럽영화 ‘홀리 모터스’ 상영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1979년에 문을 연 서울극장은 단성사, 피카디리 극장과 함께 한국 영화 부흥기를 이끌며 종로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사랑받아왔다.

최근 42년 역사의 ‘서울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극장계는 “올 것이 왔다”라며 한탄했다. 2000년대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장에 이어 스마트폰 보급화에 따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이미 버틸 힘이 얼마 남지 않은 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규모가 작은 독립·예술영화관부터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인 독립·예술영화를 개봉하는 소규모 극장들은 코로나19 이후 관객 수가 급감했다. 실제로 지역 독립·예술극장들의 경우 1일 관객수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관객이 없어 상영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하나의 문화공간이 된 대형 멀티플렉스가 곳곳에 들어서고,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는 시대에 소규모 극장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은 소규모 극장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게 극장계의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독립·예술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며 “극장에서 관객과의 대화나 토론을 통해 예술의 확장성도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예술극장이 주는 공간의 특별함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예술계 한 전문가는 “최근에는 다양한 영화제와의 협업으로 극장이 ‘예술의 장’으로 쓰이고 있다”며 “특히 젊은 예술인들의 유입을 늘리고 이들에게 재능을 펼칠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정부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계 업계 주장이다. 실제로 극장의 경우 예술 분야 지원이 아닌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구 오오극장 서성희 대표는 “일반적으로 공공서비스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음악·공연 예술은 정부 지원 하에 운영되는 반면, 영화는 상업성 관점으로 그 가치가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영화비디오법 제2조(정의) 제10항에서는 영화 상영관을 ‘영리를 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 또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서 대표는 “영화 예술도 가치에 걸맞은 인식개선과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며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한 정책이 현재의 ‘보조금 사업’에서 ‘협력 사업’으로 바뀌어야만 극장들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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