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역사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평생 남모를 헌신으로 교회를 지탱해왔던 여성들을 조명한 특별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1층에 마련된 여성사 특별전시ⓒ데일리굿뉴스

한국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회의 시작과 부흥에 견인했던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있다. 이 중에는 일평생 복음을 위해 봉사했지만, 그 행적과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기독 여성들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로교회인 새문안교회(담임목사 이상학)가 창립 134주년을 맞아 새문안 여성사 특별전시회를 마련했다. 새문안교회는 각 부서 구성원들이 교회 살림을 수행하는 ‘제직회’ 기록과 당회록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보여준 믿음의 역사를 조명했다.

전시 주제는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그대 이름은 여성'으로, 1880년대 조선 후기부터 1945년 광복까지, 새문안교회 여성 성도들이 어떻게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했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새문안교회 여성면려회원들(1934년 5월 13일 촬영). 기독면려회는 기독 청년의 신앙생활과 사회활동의 증진을 목적으로 조직됐다.(제공=새문안교회 역사관)

여성활동 제한된 시절, 교회 섬긴 활약 돋보여

남녀가 유별하고 여성들이 바깥출입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던 시절, 여 성도들은 복음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교회를 세워나갔다.

당시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남편의 성으로 불리며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는 경우가 있었다. 조선을 찾은 여 선교사들은 여성들에게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이름이 없는 여성들에게 선교사들은 이름을 지어주고 복음을 전했다.

"세상을 만든 창조주 하나님이 '나'를 그분의 계획 가운데 만드셨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내어줄 만큼 나는 사랑 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복음 메시지는 여성들의 정체성과 삶을 변화시켰다. 복음은 여성들이 복음을 살아내는 주체이자 전도자로 살 수 있도록 했다.

기독교를 받아들인 여성들은 교회 사역에 적극적으로 헌신했다. 유교적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는 여성이 교회 안에서 만큼은 주체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새문안교회 여집사이자 전도부인(여조사)으로 활동했던 여성들. (왼쪽부터)김구례 집사, 이라이 조사, 김진애 조사ⓒ데일리굿뉴스

여성 성도들, 교회 부흥의 숨겨진 주역

전도부인이라 불렸던 ‘여조사’(女助事)들의 이야기는 전도에 대한 열정을 일깨운다. 진실한 믿음을 가진 여성들로, 성경과 신학에도 밝았던 이들은 집마다 안방의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전도와 양육에 힘썼다. 성경을 공부하던 사경회에선 성경 교사 역할을 하며 교회 부흥을 견인했다.

한국 최초 자생교회인 소래교회 출신으로 남편과 함께 중국에서 독립운동에 힘썼던 김구례 집사는 새문안교회 최초 여집사로서 성도들과 함께 교회 봉사에 앞장섰다. 그의 부모는 황해도 솔내 마을에서 기독교를 믿는 양반이었으며, 형제자매 중에는 의사이자 구국운동을 펼쳤던 김필순, 한국 YWCA 공동창설자인 김필례 등이 있다.

오늘날의 전도사에 해당하는 직책을 맡았던 이라이 조사(助事)는 40대에 과부가 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심방과 전도, 가정 성경공부를 인도하며 평생 교회에 헌신했다.

새문안교회의 첫 여집사 중 한 사람인 김진애 조사(助事)는 30년간 교회 집사로 활동했다. 김 조사는 '원수를 사랑으로 갚아라, 기도하면 다 이루신다'는 믿음으로 기도의 삶을 실천해 새문안교회 교인들에게 본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의 손녀인 김정림 권사는 "성경말씀을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애썼으며, 집에 찾아온 어려운 이들에게 항상 무엇인가를 들려보내는 분"이라고 회고했다.

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는 "초기 한국 교회 부흥을 위해서 필요했던 모든 일들을 여성들이 뒤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감당했다"며 "신앙 여성 선배들이 가졌던 복음에 대한 열정, 여성으로서 누려야 하는 하나님 앞에서의 존귀함을 회복하며 마음에 새기고, 우리 후배들에게도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사 전시는 10명의 장로교 여선교사들의 사역 발자취와 새문안교회 기독면려회, 찬양대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를 소개한다.

한국 교회를 지탱해 온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새문안 여성사' 특별전시는 9월 30일까지 새문안교회 1층 갤러리에서 상시 관람할 수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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