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리상 구원의 역사는 이제 '마지막 장(막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영생불사 이만희', '교도 14만 4천' 모두 교리 성립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올해 91세를 맞은 이 교주는 노쇠해 가고 교도 이탈도 갈수록 늘어만 간다. 신천지는 지금 불안하다.
 
 ▲최근 이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교도 '14만 4천 채우기' 교리 완성을 위해 대대적인 포교활동에 나서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본지는 최근 세 달 이내 신천지에서 탈퇴한 20~30대 청년 6명을 만나 신천지의 실상과 최근 동향 등을 들어봤다. 대부분 특전대, 구역장 등 중직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소위 믿음 좋은 열성 교도들도 활동 동력을 잃어갈 만큼 신천지는 내부 결속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인터뷰에는 구리이단상담소 소장 신현욱 목사도 함께했다. 

◇ 제한 시간 내 포교 못하면 징벌=신천지에서 특전대로 활동했던 A씨(24)는 지난 8월 탈퇴했다. 5년 만이다. A씨는 제한 시간 안에 ‘따기’(포교 대상자들의 개인 인적사항을 얻는 행위)를 하지 못했단 이유로 운동장 5바퀴를 돌고, ‘앉았다 일어나기’ 150회를 해야 했다.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온종일 전도에 매진해 체력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혹독한 체력훈련을 받다 보니 결국 입원 신세를 지게 됐다. 입원 중에도 전도 점검은 수시로 이뤄졌다.

A씨는 “내가 받은 훈련은 약과”라며 “‘앉았다 일어나기’ 1,000개 등 원래는 이보다 더 혹독한 훈련들이 많았지만 다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나마 이 정도가 강도를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몇 주간 입원하며 신천지 밖에 나와 있었던 것이 신천지 탈퇴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한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신천지가 주장하는 교리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이단상담소 도움을 받아 신천지를 나왔다.    

문제는 탈퇴를 하고도 A씨는 여전히 교도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구리 이단상담소장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는 이전부터 한 번 탈퇴한 사람은 '탈락자'로 간주해 아예 배제하곤 했다"면서 "최근 들어선 탈퇴자 집 앞으로 찾아오는가 하면 탈퇴한 걸 알면서도 교적 명단에 그대로 놔두는 등 기존 교리를 뒤집으면서까지 교도 수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 ‘천지일보’ 뿌리기·소개팅 앱 등 무작위 포교=신천지에서는 14만 4천의 교도 수가 채워져야 모든 구원 역사가 완성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교도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이탈자들만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또 이들의 교리상 ‘영생불사’ 이만희 교주도 계속 생존해 있어야 하지만 올해로 91세를 맞은 백발에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들락거리는 등 이미 노쇠한 모습이 역력하다. 신천지가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이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신천지 기관지 격인 '천지일보' 신문을 상가 교회 등에 뿌리고 다니며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제보사진)

신 목사는 “신천지는 지금 교리의 막장(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다”며 “올해 안에 14만 4,000명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구잡이식 포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신천지 포교 방식의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래 신천지는 신분을 속여 접근해 나중에야 신천지임을 밝히는 '모략 전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러한 포교 방식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에 이미지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자신이 신천지임을 먼저 밝히고 접근하는 일명 '오픈 포교'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언론 홍보, 지역봉사, 온라인 세미나 등이 그 예다.

신천지에서 약 2년 2개월을 지내다 지난 7월 말 탈퇴한 B씨(28)는 “몇 달 전부턴 지역별 배당된 수만큼 신천지 기관지 격인 ‘천지일보’를 뿌리고 다니라는 새로운 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화 활동을 운운하며 이 교주를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대표라 소개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내면의 평화를 강조해 자기계발, 심신 수련 등을 미끼로 유인하려는 수법”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동아리, 기독교 모임을 빙자한 오픈 채팅방 운영부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하다못해 소개팅 앱까지 침투해 포교에 나서고 있다.

탈퇴자 A씨는 “소개팅 앱은 요즘 신천지가 가장 많이 쓰는 주요 포교 수단”이라며 “사진, 이름, 자기 소개 등 앱에 올라온 프로필을 보고 호감을 표시한 후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이어가는 식으로 포교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A씨는 “한 여성 교도가 소개팅 앱을 통한 포교 과정에서 상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었지만, 신천지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포교 위해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였다”고 토로했다.

◇ '열성 교도' 이탈...동력 잃은 '관망파' 증가=그야말로 물불 안 가린 포교에 언뜻 신규 교도 유입량이 늘어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포교 문턱을 대폭 낮추다 보니 말이 좋아 신규 유입이지,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출석하고 활동하는 교도 수는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기존 교도들의 이탈도 만만치 않다. 신천지서 18년을 활동하다 지난 6월 탈퇴한 C씨(38)는 “온라인 예배 접속 인원이 최근 몇 달 사이 20% 가까이 줄었다”며 “하루는 단톡방에서 장년층 수십명이 한번에 우르르 나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 큰 위기는 오래있던 사람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소위 믿음 좋은 '열성 교도' 비율이 줄고 있는 것. 신 목사는 “최근 들어 10~20년 된 교도들이 내부 교리에 한계를 느끼고 지쳐 나오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조차 활동 동력을 이미 많이 상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A씨는 “소속이던 대학부 청년만 300명 가까이 있었지만 그 중 실제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수는 30~40명뿐”이었다며 “올해 들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탈퇴 그 이후..."이제 믿기 겁난다"=이탈자는 늘어나는데 막상 교회로 돌아오는 사람은 적다는 것도 문제다. 탈퇴자들은 “지금은 이단상담교육을 통해 치유, 회복을 얻고 있지만 탈퇴 직후에는 앞으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가야 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말한다. '어느 교회를 가야 하지', '혹시 이것도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의심과 불안은 물론이고 신천지로 되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신천지에 3년간 있다 지난 7월 탈퇴한 D씨(23)는 “원래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정작 그 누구도 내게 제대로 된 복음을 전해주지 않았다”며 신천지에 빠졌던 이유를 고백했다.

그는 “내 기억 속 교회는 늘 부흥, 교인 수 성장, 성공 간증만을 강조하는 곳이었다”며 “무엇보다 내 안에 복음이 없었기 때문에 신천지 교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다른 복음인지 알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신 목사는 “탈퇴자 상당수가 탈퇴 이후 아예 신앙생활을 저버리는 일들이 생긴다”며 “핵심은 ‘탈퇴’ 그 자체가 아닌 그 이후 ‘회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단상담소와의 연계 등을 통해 탈퇴자들의 실질적인 치료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올바른 복음을 갖고 회심의 자리로까지 나아올 수 있게 한국교회의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