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충청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격차로 패배한 ‘충청쇼크’ 사흘만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대표는 8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의원직을 내놓겠다는 뜻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충청권 순회경선이 끝난 지난 5일 처음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일정을 줄줄이 취소한 6일에도 사퇴 여부를 두고 캠프 구성원들과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결국 이날 회견 직전 이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결정했다.

 

캠프의 한 의원은 "발표 5분 전까지도 몰랐다"며 "현장에 와서 의원들과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해 버리니 말릴 틈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캠프 일부 인사는 기자회견 전 사퇴설이 돌았을 때도 이를 부인하는 등 막판까지 혼선도 빚어졌다.

 

당의 텃밭이자 자신의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결기'를 보임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캠프 관계자는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가 '우유부단하다'는 것 아니었느냐"며 "그런 면에서 결단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은 캠프 대변인은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심정으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며 "4기 민주정부를 수립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네거티브 중단' 기조는 지키면서 이 지사를 향한 압박을 이어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분히 이 지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쟁 주자들은 일단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리라고 전망하면서도 실제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직 사퇴와 정권 재창출이 논리적으로 맞지는 않는다"며 "고향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읍소하는 것 같은데, 여론 추이는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경기지사직 유지' 논란이 다시 환기되는 매개가 될까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지역구 의원직을 버리는 것에 대한 비판론도 터져 나왔다.

 

정세균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전체 경선판의 구도를 변경할 정도의 울림은 없어 보인다"며 "자칫 내년에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종로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캠프는 공식 입장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밴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며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발언은 독선적이다 못해 망상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만들어주신 민주당 국회의원 자리는 경선판에 함부로 올릴 수 있는 판돈이 아니다"라며 "굳이 호남을 발표 장소로 선택한 것이 호남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으려는 저급한 시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만약 내년 1월 말까지 국회에서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안이 처리될 경우 3월 대선에서 종로 보궐선거가 같이 치러진다.

 

2월 1일∼4월 30일 사이에 처리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투표가 이뤄진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중에 진의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이낙연 후보님의 결연함, 경선에 대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전화평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