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핵심 피의자로 미국으로 달아났던 문흥식 전 5·18 구속 부상자 회장이 석 달 만에 경찰에 전격 체포돼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광주 경찰청 수사본부(반부패 경제 범죄수사대)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했다고 밝혔다.
 
 ▲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11일 오후 기자 질문에 답변 없이 광주 서부경찰서 광역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문 전 회장은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업체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알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참사 직후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 후 90일 만인 이날 자진 귀국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문 씨는 붕괴 참사가 일어난 학동 4구역 재개발 정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고 철거업체 선정등에 관여하는 등 각종 비리 전반에 개입한 인물로 알려져 왔다.
 
각종 비위로 얼룩져 관련 업체들이 규정을 무시한 채 해체작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 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은 지나던 버스를 그대로 덮쳐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고 문 씨는 사고 후 나흘만인 지난 6월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바 있다.

당시 문 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취를 감추고 석 달 동안 미국에 은신하다 비자 기한이 만료되자 인천공항을 통해 자진 귀국했다. 문 씨는 공항에서 왜 해외로 달아났는지 유족들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를 기다리던 경찰에 체포돼 곧바로 압송됐다.
 
문 씨가 미국으로 달아나 그동안 관련 수사가 지연돼 왔으나 경찰이 문 씨를 체포함에 따라 업체 선정 재개발 비위 분야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씨는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브로커 이 모 씨와 함께 붕괴 사고가 일어난 재개발 구역의 철거업체 선정에 개입하고 수 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변호사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받는 문 씨를 상대로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의 철거 공정·정비기반 사업 계약 구조의 실체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문 씨는 선배 이 씨(73·구속기소)와 공모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4~5차례에 걸쳐 조합과 계약을 맺게 해주는 대가로 철거업체 2곳·정비기반업체 1곳 관계자들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다.

문 씨는 같은 기간 홀로 금품을 받고 각종 하청 공정별 계약 관련 청탁 또는 알선 활동에 나서 수십 억 원을 챙기거나 하청 수주 업체 간 담합 행위에 가담해 공정한 입찰 경쟁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경찰은 조합·원청사 발주 하청·재하청 계약 비위를 수사하면서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문씨가 계약 담합과 조합 관련 비위 전반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브로커를 거쳐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가 이뤄지면서 공사비가 대폭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문 씨를 상대로 학동 4구역 내 하청 계약 담합 구조·금전 거래 내역 등을 파악 중이다.

문 씨의 진술을 통해 공정별 하청 계약의 실체가 드러나야, 이면 계약·지분 나누기를 통한 입찰 담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후 수사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 속에서 공사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참사의 발단이 된 부실 철거로 이어진 것은 아닌 지 수사의 초점이 옮겨질 전망이다.
 
검거된 문흥식은 어떤 인물?
 
1960년 광주 출생으로 1987년 결성된 광주의 조직폭력단 신양 OB파에 가담해 행동대장을 하다가 부두목까지 오른 인물이다.

1994년 3월 11일 광주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같은 해 5월 25일 형의 집행이 종료되었다.

이후 문흥식은 상인들을 협박 및 폭행해 활어를 고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6,000여만 원을 갈취했다. 또 주차장 운영권을 두고 폭력을 행사해 2억여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문흥식은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 사업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미래파워의 호남본부장으로 활동하다가 2007년 1월, 재개발 및 재건축 용역이나 대행업을 하는 미래로개발을 설립해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2015년 제7차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가장 약한 14등급 부상자로 인정돼 유공자가 됐다. 5·18 부상자의 경우 부상 정도에 따라 1∼14등급, 기타 1∼2등급으로 나뉜다. 이를 두고 문 전 회장은 주변인들에게 "시위하는 것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계엄군에게 끌려가 구타 등을 당했다"고 자신이 유공자가 된 경위를 언급한 바 있다.

2019년 12월 5·18구속부상자회 중앙회 제7기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또 구속부상자회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공법단체 추진에서도 회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터지고 연루설이 불거지자 6월 12일 5·18구속부상자회는 문흥식의 회장직 해임 안건을 찬성 182표, 반대 0표, 기권 15표로 의결하자 자진 사퇴했다. 그리고 6월 13일 문흥식은 미국 시애틀로 달아나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문 씨는 특히 이재명 이낙연 등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과 같이 사진들이 드러났는데 이것이 민주당 경선과 맞물려서 파문이 불거졌다.
 

[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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