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페로제도의 이스터로이섬 해변이 12일 돌고래 사체로 가득한 가운데 앞바다가 붉은 피로 물들어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대서양 북부에 있는 덴마크령 페로 제도에서 하루 만에 돌고래 1천400여 마리가 학살당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해양 환경보호 단체인 '씨 셰퍼드'(Sea Shepherd)는 해변에 돌고래 사체가 가득하고 연안이 피로 물든 현장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하며 지난 12일 페로 제도에서 대서양낫돌고래 1천428마리가 사냥 당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작은 섬 18개로 이뤄진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는 '그라인드'(grind)라고 불리는 대규모 고래사냥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선박들이 돌고래 무리를 해안가로 몰아 좌초시킨 후 사냥꾼이 특수 제작된 칼로 연안에 몰린 돌고래의 척추를 자르는 방식이다. 
 
과거 이 지역 원주민들은 고립된 지리적 위치로 먹을 것이 부족하자 생존을 위해 돌고래 등을 사냥했는데, 이런 관행이 수백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씨 셰퍼드는 이번 사냥을 두고 "돌고래 또는 파일럿고래 단일 사냥으로 페로 제도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고래류 단일 사냥 중에서도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페로 제도 정부는 매년 평균 600마리가량의 들쇠고래와 수십마리의 대서양낫돌고래가 잡힌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루 만에 1년 평균치의 2배를 상회하는 무더기 고래목 사냥이 이뤄지자 사냥을 지지하는 지역 주민들 역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로 제도 포경협회 관계자는 "돌고래 무리를 처음 찾았을 때 200마리 정도로 예상했다"면서 "돌고래를 죽이는 단계에 들어섰을 때 사냥꾼들은 이 무리의 진짜 규모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큰 실수"라면서 "많은 사람이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페로 제도 정부가 승인한 합법적 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씨 셰퍼드는 사냥이 이뤄진 지역의 그라인드 감독관이 이번 사냥에 대해 통보받은 것이 없으며, 그라인드 참가자 다수가 관련 자격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기에 사냥이 위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라인드에 참가하려는 사냥꾼들은 돌고래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빠르게 죽이는 훈련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씨 셰퍼드는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연안에 놓인 돌고래들이 여전히 죽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며, 관련 훈련을 받지 않은 사냥꾼들이 그라인드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박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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