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경선 시작 후 처음으로 TV토론을 벌였다. 학예회 같다던 3대 정책공약 발표회, 면접 등을 거쳐 3명이 탈락하고 8명이 참여했다. 역선택 문제 등 경선 규정을 두고 당내에서 홍역을 치른 터라 토론은 무엇보다 공정성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 자리에 모인 후보 8명의 면면을 보면 법조인 출신이 단연 많다. 검사 출신이 4명으로 절반이다. 판사 출신 까지 포함하면 법조인은 다섯 명이나 된다. 치열한 논리전개를 기대해도 좋을 법한 인적 구성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치열하지는 않았다. 다만 후보 별 주요 공격 대상과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시청률은 TNMS 기준 4.7%, 오후 5시 방송치고는 높은 편이다. 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토론회 중 가장 높은 1분 당 시청률은 홍준표 후보가 묻고 윤석열 후보가 답하는 장면. TNMS 기준 5.6%를 기록했다. 그 대목을 복기해 보자.

홍 후보가 묻는다. “많은 의혹에 대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윤 후보가 대답한다. “이 자리 오기까지 많은 검증을 거쳤고 지금까지 나온 게 없기 때문에 자신 있다.” 이게 핵심일까?
 
야권 대선 후보 중 여론조사 1위인 윤석열 후보는 토론 내내 ‘부자 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쟁 후보를 검증하고 쟁점을 토론하기 보다는 지지도에서 약세를 보인 후보들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정책을 묻고 답을 구했다. TV 토론 데뷔전을 치르는 모습이 가감 없이 전달됐다.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던 검찰총장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도권 토론이 두 차례 있었지만 뒤를 쫓고 있는 홍준표·유승민 후보에게는 질문조차 던지지 않았다.
 
반면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날을 바짝 세웠다. 윤석열 후보를 정조준해 묻고 또 물었다.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보수 진영을 궤멸시킨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되는 것 아닌지”를 물었다. 유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 사퇴하겠느냐”며 공세를 취했다.
 
윤 후보는 예견된 질문이라는 듯 곧바로 대응했다. 약간 어눌해 보였지만 준비되고 정리된 답변으로 대처하는 듯 했다.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이 모든 걸 다 털었지만 문제없이 검증을 통과했다. 검찰이 해야 될 일을 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아직껏 나온 게 없지 않느냐“며 예봉을 피해갔다.
 
앞서가는 세 후보에 이어 4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최재형·원희룡·하태경·황교안·안상수 후보는 자신들의 업적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하태경 후보는 홍 후보와 윤 후보에게 경고를 보낸다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고 원희룡·최재형 후보는 각각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겨냥했다. 황교안 후보는 지난 해 ‘총선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주력했다.
 
전반적으로 첫 토론은 후보 간 탐색전과 기선 잡기 수준에 그쳤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권 유지보다는 정권 교체론이 높은 상황인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 실정에 대한 야당 후보들의 열띤 토론을 기대했지만 밋밋한 수준에 그쳤다는 게 중론이다. 현안에 대한 후보 간 정책이나 입장 차이는 다음 토론회에서 기대해 봐야겠다.
 
다만 토론회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며 진행한 코너였다. 시청자가 날린 악플을 소개하고 후보들의 입장과 반응을 묻는 식이었다.
 
윤석열 후보에게는 “추미애와 박지원에게 술 한 잔 사야 하는 것 아니냐, 조국만큼 검증받아라.” 홍준표 후보에게는 “그렇게 말아 먹고 또 나왔냐. 은근 여당후보인 듯하다.” 유승민 후보에게는 “한 번 배신자는 또 한다. 데리고 온다는 중도는 어디 갔나?”라는 댓글이 소개됐다.
 
악성 댓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유권자들의 눈에 비친 후보들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다음 토론에서는 이런 악플을 넘어설 수 있는 참신한 정책 대결을 기대한다. 국민의힘은 5 차례 토론을
더 거쳐 다음 달 8일 대선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한다. 그 때 쯤 이면 여당 대선 후보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대선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송기원 언론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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