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 가중,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퍼펙트 스톰은 세계 경제가 여러 악재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달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사진출처=연합뉴스)


▲美·中 등 주요국 성장 전망↓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에너지 문제다.
 
특히,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경우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부품, 스마트폰 부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탄광의 석탄 생산이 중단되고, 인도의 전력난 우려까지 가세했다.
 
국제 유가는 계속 뛰어오르며 세계 경제의 불안을 가속시켰다.
 
지난 10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와 전기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다음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만에 8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1%p 낮춘 5.9%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2%로 낮췄다. 특히, 미국(7.0%→6.0%), 독일(3.6%→3.2%), 일본(2.8%→2.4%) 등의 하향 조정폭이 컸다. 전망치를 나눈 요인은 미국과 독일의 경우 공급망 차질,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을 지목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더딘 소비 회복 우려 등을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7%에서 5.6%로, 내년 전망치는 4.4%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2%에서 0.4%p 내린 7.8%로 조정했다. 전력난뿐만 아니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유동성 위기를 고려한 결과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2%에서 7.7%로 낮췄다.


▲한국, 퍼펙트 스톰 대비해야

 

한국도 대외 환경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국제 유가 상승의 여파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3주 연속 상승했다. 10월 첫째 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1리터당 1천654.4원으로 전주에 비해 8.7원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9월(2.5%)까지 6개월째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집세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코로나19의 확산과 방역조치의 장기화, 원자재 수급 및 물류 불안을 꼽았다. 국내외 증시 또한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며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연구원은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면서비스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제 불안에 따라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지만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미국에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헝다 그룹 사태 등에 따라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금융 부문의 퍼펙트 스톰 대비를 주문했다.

 

이어 "상호연계성과 상승작용으로 인해 파급력이 증폭하는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으므로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퍼펙트 스톰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올 것 같다"며 "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가 많이 늘고 자산에 거품이 생겼기 때문으로,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전화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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