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목회자 최광순 목사는 선택의 기로에서 좋은 것과 열악한 것이 있다면 열악한 조건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예수님의 방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300개의 나무 성찬기 나눔을 진행하고 있는 최광순 목사. ⓒ데일리굿뉴스

그래서 자신이 섬기던 안정적인 교회를 떠나 춘천에 있는 미자립교회의 청빙을 선택했고 이제 막 자립을 시작한 교회에서 다시 동역을 요청하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제주도에 있는 교회를 향해서 떠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마음이 있기에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이지만 내가 살고 싶어서 나무 성찬기를 미자립교회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는 최광순 목사는 성경적 경제법칙은 함께 나눌 때 같이 살 수 있고 혼자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같이 살려고 하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믿음을 갖고 벌써 300개의 나무 성찬기 나눔을 진행하고 있는 최광순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일목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40대부터 일목에 대한 꿈을 꾸며, 50대 초반부터는 구체적으로 실천해서 당당하게 목회하고 싶었다. 사례비를 받으며 목회 사역에만 전념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스스로 재정에 대해서는 소심한 마음 때문에 눈치를 보는 나 자신이 싫었고,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교회에 유익이 되고 싶었다. 2010년쯤 나는 공사현장에서 처음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한 목회자는 “앞으로 우리가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으려면 스펙이 필요할 텐데 같이 신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는 그때 그 목사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공사현장에 가서 기술을 배웠다. 이후 목공일과 건축일을 10년간 해왔다. 그 덕분에 미자립교회 담임목사로 섬길 당시에는 목공일을 통해서 생기는 수입의 일부를 교회에 헌금을 할 수 있었고 교인들도 함께 헌금에 동참하여 주셔서 제가 부임하고 1년 만에 교회가 자립했고 넉넉하게 성도들과 정말 행복한 교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10년이 지나서 그때 나에게 박사과정을 제안했던 목회자는 나에게 늘 부럽다고 말한다. 자신은 지난 10년간 똑같은 상황 가운데서 목회하는데 최 목사는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사역하는 모습이 부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라고 늘 고백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엄청난 시간과 기회를 투자했기 때문에 기술과 경험이라는 선물을 얻게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미자립교회 사역과 제주도 사역도 쉽지 않아 보이는 사역인데 선택하신 이유는?
A. 미자립교회인 춘천에 있는 교회를 갔을 때 성도들은 나의 청빙을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4명인데 교회 재정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지원을 못해준다고 교인들 스스로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교만이라도 한번 하고 오자는 심정으로 수요기도회에서 설교를 전했다. 그런데 설교 후에 성도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주셔서 미자립교회 사역이 시작됐다.
 
제주도에 동역목회를 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사례비 180만 원, 사택도 없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5인 가족이 180만 원으로 생계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교회 빈 공간을 허락받아 손수 사택을 만들어서 살았다. 사실 아내도 미자립교회 목회를 결정하고 가려고 할 때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 거의 한 달을 새벽기도를 하고 응답을 받았다는 확신을 생긴 후에야 함께 마음을 같이하여 움직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말한다. “목사님들은 형편이 더 좋은 교회로 가려고 하는데, 목사님은 왜 더 어려운 교회로 가십니까?” 나에게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 닮아 가려고 그런가 보다"라고 주저 없이 설명하곤 한다. 사실 제주에 와서 내 인생의 전환기가 됐다. 목재 성찬기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배 목사의 요청으로 제주도에 왔지만 결국은 동역은 오래가지 못하고 교회를 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좋은 목재를 사용해서 나의 재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우셨다. 이것도 하나님의 섭리라 생각한다.
 
Q. 어려운 결정을 하실 때마다 가족을 어떻게 설득하고 동의를 받으셨는지?
A. 사실 자녀들과 아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목사가 사역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내가 쉽지 않은 결정을 할 때마다 아이들은 아빠가 가는 길에 동의를 해줬다. 아내 역시 사역의 필요성과 명분이 분명하지만 마음으로 동의가 안 될 때는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했고 하나님이 기도 중에 응답을 주시면 행동으로 가족과 함께 실천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물질적 부분을 늘 불가능한 상황 가운데서도 채워주셨고 한 번도 굶기지 않고 넉넉하게 인도해주셨기 때문에 그것이 아이들과 아내를 설득하는 좋은 증거가 됐다.
 
 ▲최광순 목사가 제작한 나무 성찬기 세트. ⓒ데일리굿뉴스

Q. 현재 하고 계신 나무 성찬기 무료나눔 사역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서구에서는 핸드메이드로 성찬기를 제작하면 고가로 인정을 받지만 한국에서는 가격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가격정책을 나의 하루 일당을 가격으로 정하고 판매한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보면 한국교회의 80%를 미자립교회로 보고 20%를 자립교회로 보는데 자립하고 있는 20%의 교회만을 대상으로 판매와 마케팅을 하면 대부분의 미자립교회들은 나무 성찬기를 갖고 싶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럴 봐에 “그냥 주자” 결정하고 이렇게 무료 나눔이 시작됐다.
 
금속 성찬기에서 나는 차가운 마찰음보다는 나무 성찬기를 사용해 본 교회 목사들은 나무의 재질이 주는 따듯한 느낌 때문에 성도들이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현재 나무 성찬기 세트 약 300개 정도를 미자립 교회에 보내드렸다. 물론 무료로 보내드리는 제품은 작업 중 작은 문제가 생겨 판매하지 못하게 된 제품들을 엄선해서 보내드렸다.
 
보내드린 제품이 모든 분들의 마음에 꼭 들었으면 좋겠지만 다 내 마음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받으신 분들 중 몇 교회에서 만이라도 잘 사용하시길 소망해 본다. 
 

[이은용 선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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