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상임위, 총회 장소 이전 논의 ‘비에큐메니칼한 의도’ 충격

민성식(ecuman@naver.com)

등록일:2013-04-24 09: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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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협의회(WCC) 제 10차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가 총회 장소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KHC는 지난 23일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총회 장소 이전 문제를 논의한 끝에 교단장들을 중심으로 한 7인의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임위에서 총회 장소 이전 위원회 구성…명성교회도 고려 대상

KHC 상임위원회가 총회 장소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외국 대표들이 입국할 때 일단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고 또 주말 프로그램을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산지역의 WCC 총회 반대 움직임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 대표들이 새벽기도회에 참가할 수 있는 대형 교회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도 고려의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KHC는 우선 서울 소재 대학교 중 총회 개최가 가능한 곳을 찾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개교회에서라도 총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고, 이 문제를 다룰 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한 뒤 WCC본부와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총회 장소를 이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뒤따른다. 우선, 총회 장소를 부산으로 결정한 WCC 중앙위원회가 이를 번복, 장소 변경을 결의해야 한다. 그러나 총회가 열리는 오는 10월 말까지는 중앙위원회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 따라서 총회 장소 변경을 위한 임시 중앙위원회를 소집하거나, 아니면 전자 투표 등의 방식으로 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밟아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는 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총회 장소 이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HC가 ‘부산지역의 반대 여론’을 이유로 장소를 서울로 이전하려 하는 것은 지나친 자의적 판단이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우선, 서울에는 WCC 총회를 개최할 마땅한 장소가 없다. 총회를 유치할 때 이미, 서울 소재 대학 중에는 WCC 총회를 수용할 규모를 갖춘 곳이 없으며, 코엑스는 너무 사용 비용이 많이 들어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부산 벡스코를 장소로 선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장소가 서울로 옮겨질 경우 총회가 열릴 수 있는 장소는 ‘개교회’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상임위원장이 담임하고 있는 명성교회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 상임위원은 “서울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숙소 등에 문제가 많지만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명성교회도 총회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명성교회를 염두에 두고 장소 이전을 추진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KHC 언론 브리핑에서 장소 이전 내용 ‘누락’, 의도는?

한편 KHC 조성기 사무총장은 23일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총회 이전 논의는 누락시켰다. 그리고 KHC가 보낸 상임위원회 결과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에도 이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KHC가 비밀리에 총회 장소 이전을 추진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따라서 총회 이전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종로 5가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국내 WCC 회원 교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배제하고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상임위원장이 예전부터 줄기차게 시도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못한 이면에는, 국내 4대 회원 교단의 ‘분담금’과 NCCK의 법인 명의를 빌려 받게 되는 20억원의 국고 보조금, 즉 ‘재정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만일 총회 장소를 서울, 그것도 명성교회로 이전할 경우, 서울과 부산을 이동하는 경비와 벡스코 장소 사용료, 대행사인 리컨벤션에 들어가는 비용 등 약 4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현재 명의를 빌려 쓰고 있는 한국기독교 연합사업유지재단과 결별하고 KHC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아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면, 회원 교단의 분담금이 없이도 국고 보조금과 KHC 차원에서 모금한 재정으로 충분히 총회를 치러낼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이것저것 ‘지적’을 일삼는 회원 교단들이나 NCCK와 함께 갈 이유가 없다.

결국 KHC가 총회 장소를 이전하겠다는 것은, WCC 총회를 회원 교단과 NCCK, 그리고 에큐메니칼 진영이 함께하는 ‘에큐메니칼 축제’로 치르기보다는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등 몇몇 사람들을 위한 행사로 치르겠다는 ‘비에큐메니칼한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장소 이전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드러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WCC 10차 총회는 그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KHC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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